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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하원 중국 문제 특별위원회 위원장 존 멀레나르 의원 - 독자 제공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예고된 가운데, 미 의회 내 대중 강경파를 대표하는 인사가 워싱턴의 대중국 전략 전면 재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이 단순한 경쟁 상대를 넘어, 러시아·이란·북한 등 권위주의 진영의 배후 추진자 역할을 하며 미국의 국가안보와 국제질서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다.
미 하원 중국 문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존 멀레나르 의원은 최근 워싱턴의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국이 에너지·마약 전구체·첨단기술·학술교류 등 광범위한 통로를 활용해 미국의 취약 지점을 파고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이 더이상 중국을 과거의 낡은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멀레나르 의원은 국제사회가 과거 시진핑을 개혁 가능성이 있는 지도자로 오판했던 점을 가장 큰 전략적 실수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더 개방된 국가가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이란·북한과의 연대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른바 ‘무한한 우정’과 ‘무한 파트너십’으로 포장된 중·러 밀착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국제사회에 심각한 파장을 낳고 있으며, 미국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을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같은 제재 대상 정권의 ‘방임자’이자 ‘추진자’로 규정했다. 특히 중국이 이들 국가의 제재 대상 원유를 저가에 사들이고, 이를 운반하기 위해 이른바 ‘그림자 선단’으로 불리는 선박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천 척 규모의 이 선박들은 제재를 피해 전략 지역을 오가며 원유를 실어 나르고, 결국 중국 산업을 떠받치는 자원 공급망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 거래를 넘어 국제 제재 체제를 무력화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멀레나르 의원은 하원 중국특위가 이미 관련 선박과 항만, 연결 국가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그 규모와 조직성이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뒷받침하고,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 시스템에 각종 장비와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미중 갈등의 또 다른 핵심 축인 펜타닐 문제에 대해서도 멀레나르 의원은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중국의 대규모 화학 산업이 펜타닐 제조에 필요한 핵심 전구체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 독성 물질이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불법 마약 거래를 넘어, 중국 정부의 정책과 산업 구조 자체가 이 문제를 방조하거나 사실상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불법 펜타닐과 핵심 전구체를 대량살상무기(WMD) 차원에서 규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 내에서는 펜타닐 위기를 더 이상 공중보건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중국발 복합안보 위협의 일부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화되고 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멀레나르 의원은 대만이 스스로 방위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도 대만관계법에 따라 무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만이 현재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억지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최대 경계 대상이다. 멀레나르 의원은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AI에 쏟아붓는 것뿐 아니라, 조직적인 기술 탈취와 산업 스파이 행위를 통해 미국의 우위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첨단기술 성과 가운데 상당수가 탈취된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에 제품과 장비를 판매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기술 추격을 막겠다고 하는 모순적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미 의회는 4월 4일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접근을 차단하고, AI 등 핵심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하드웨어 기술 규제 다자간 조정법’(MATCH법)을 발의했다. 멀레나르 의원은 하원 버전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며, 첨단기술 통제가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에 스며들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멀레나르 의원은 미시간대, 조지아공대, UC버클리 등 일부 대학이 중국군과 연계된 기관들과의 공동연구를 중단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하원 중국특위의 조사와 압박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납세자의 세금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군사·기술 발전을 돕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 문제는 더 이상 무역적자나 관세 갈등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제재 회피, 마약 전구체 공급, AI와 반도체 기술 경쟁, 대학 연구 침투, 희토류와 자석 공급망 장악까지, 미중 갈등은 이제 안보·산업·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총체적 대결 구도로 변하고 있다.
멀레나르 의원은 미중 관계가 경제적으로 깊이 얽혀 있어 일정 수준의 공존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미국은 중국이 궁극적으로 미국을 대신하는 글로벌 주도국이 되려 한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희토류 자석 공급망을 예로 들며, 중국이 필요할 때마다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지렛대를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은 제조 기반의 국내 회귀와 우방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더욱 강하게 추진해야 하며, 더 이상 중국 공산당이 쥔 카드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미중 관계의 새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중국의 전략적 시간벌기에 이용되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 의회 일각에서 이미 중국을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국제질서를 교란하는 구조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외교의 화려한 장면 뒤에서 워싱턴의 대중 인식은 한층 더 냉혹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