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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12일 강동군병원과 룡강군병원을 내세워 이른바 “지방에서도 선진 의료봉사를 받는 시대”가 열린 것처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평양종합병원과의 유기적 연계, 현대적 의료설비, 수술과 진단이 가능한 체계, 중앙병원으로의 환자 파송률 감소 등 온갖 미사여구를 총동원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오히려 북한 보건 현실의 참담한 후진성을 역설적으로 고백하는 것에 가깝다.
무엇보다 강동군이라는 지명이 북한 선전물에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강동군은 평양과 멀리 떨어진 오지라고 보기조차 어렵다. 수도권과 맞닿아 있는 지역의 군병원 현대화가 마치 대단한 국가적 성취인 양 선전되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지역 의료 수준이 오랫동안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다.
세계 어느 정상국가에서 수도 인근 군 지역에 병원 하나 새로 세웠다고 해서 “선진 의료봉사의 혜택”을 국가적 업적으로 떠벌리겠는가. 그것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현실이다.
북한 보도는 “지난 시기에는 군병원에서 주민들에 대한 의료봉사가 원만하지 못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한다. 바로 이 대목이 핵심이다. 결국 북한 당국은 지금껏 지방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진단과 수술, 치료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추지 못한 셈이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자기 고장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상급기관이나 평양의 중앙급 병원으로 보내져야 했다는 구조 자체가 이미 정상국가의 의료체계와는 거리가 멀다. 병원이 병원 구실을 못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이 이런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기보다, 이제야 겨우 일부 군병원에 설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을 체제 우월성의 증거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진료, 수술, 응급치료, 산모·영유아 진료, 중증질환 관리 같은 기본적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회는 사실상 북한이나 아프리카 일부 최빈국 수준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지방의료는 특별한 시혜가 아니라 국가가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기본 공공서비스다. 그런데 북한은 이를 “혜택”이라는 표현으로 미화한다. 주민의 권리를 체제의 선물처럼 둔갑시키는 전형적인 전체주의적 언어다.
강동군, 룡강군 병원 사례도 곧바로 북한 의료의 선진화를 뜻하지 않는다. 건물 몇 동을 새로 짓고, 의료기기 몇 점을 들여놓았다고 해서 선진 의료체계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의료는 건물보다 사람이고, 기계보다 시스템이며,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의약품 수급, 숙련된 전문 인력, 위생 관리, 응급 이송 체계, 지속적인 유지보수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북한은 이 모든 요소에서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전력난과 의약품 부족, 낙후된 의료교육, 지역 간 심각한 격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보건현대화의 생활력” 운운하는 것은 공허한 정치 선전에 불과하다.
또한 평양종합병원과의 “유기적 연계”라는 표현 역시 실상을 들여다보면 자랑이 아니라 한계의 고백이다. 지방병원이 독자적으로 주민 의료를 책임질 수 없으니 결국 평양 중심의 통제와 지시, 지원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의료체계는 수도 집중이 아니라 지역 분산과 접근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북한은 평양을 정점으로 지방이 매달리는 피라미드 구조를 유지하면서, 그 종속 구조를 오히려 발전으로 미화하고 있다.
북한이 정말 주민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에 두었다면, 오늘날까지 지방 주민들이 “자기 고장에서도” 선진 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꺼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 말은 뒤집어 보면, 지금껏 자기 고장에서는 그런 의료를 받을 수 없었다는 자백이기 때문이다.
강동군 병원의 선전은 성과가 아니라 북한 체제의 실패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수도 가까운 지역조차 현대적 의료 혜택이 특별한 뉴스가 되는 나라, 지방 주민이 기본 치료를 받아도 체제가 은혜를 베푼 것처럼 선전하는 나라, 바로 그것이 북한의 민낯이다.
결국 이번 보도는 북한의 보건현대화를 입증한 것이 아니라, 북한 사회가 여전히 얼마나 낙후된 의료 불평등 위에 서 있는지를 드러냈다. 현대사회에서 지방 주민이 제대로 된 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결코 정상일 수 없다. 그것은 체제의 업적이 아니라 체제의 수치다.
북한 당국은 선전 문구를 늘어놓기 전에, 왜 주민들이 지금껏 기본적인 의료조차 고향에서 누리지 못했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