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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기계화보병사단 관하 연합부대 방문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두고 “강군건설의 전위”, “최정예전투대오”, “무적필승의 보검” 등 과장된 표현을 동원하며 김정은의 현지 방문을 장병들의 “최상의 영광”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군의 실전 능력을 보여주는 군사 뉴스라기보다, 김정은 개인숭배와 체제 결속을 위한 전형적인 선전문에 가깝다. 이번 보도의 핵심은 군사력 그 자체가 아니라 ‘사상’이었다.
김정은은 “군인들의 사상적 정예화야말로 무적필승의 보검”이라고 강조했고, 부대가 “사상적 혈통 고수”와 “당중앙 결사옹위”의 상징적 공간이라는 점을 반복했다. 이는 북한군이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대가 아니라, 김씨 일가와 노동당을 지키는 사병화된 무력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낸 대목이다.
정상적인 국가의 군대라면 군의 목적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러나 북한 보도에서 ‘인민’은 장식적 표현으로만 등장할 뿐, 실제 강조되는 대상은 김일성·김정일의 “혁명사적”, 김정은에 대한 “흠모”, “만세”, “충성의 맹세”다.
군인의 명예는 조국 수호가 아니라 최고지도자를 직접 맞이한 “꿈같은 영광”으로 치환된다. 이것이야말로 북한군의 본질적 왜곡이다.
특히 이번 방문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에 맞춰 진행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은 항일 빨치산 전통을 군의 정통성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 역사를 김씨 일가의 통치 정당성을 떠받치는 신화로 재구성해왔다.
군부대의 역사관, 사적비, 헌시비, 기념사진은 모두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군은 국가의 제도적 무력이 아니라 김씨 왕조의 혁명 혈통을 계승하는 충성 집단이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선전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정면으로 대비된다는 점이다. 북한은 식량난, 에너지 부족, 의료·생필품 결핍 등 기본적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도 군사력 강화와 지도자 우상화에는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기계화보병사단의 ‘최정예화’를 과시하는 동안, 일반 주민들은 여전히 배급 불안과 생활고 속에 놓여 있다. 군을 앞세운 체제 선전은 결국 주민의 삶을 희생시켜 권력을 유지하는 구조를 은폐하는 장막일 뿐이다.
또한 “체육경기 관람”과 “기념사진 촬영” 장면은 지도자가 병사들과 친밀하게 어울리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그러나 북한 병사들의 현실은 선전 속 환호와 거리가 멀다.
장기간 복무, 열악한 보급, 강도 높은 사상교육, 상명하복의 폐쇄적 병영문화는 북한 청년들에게 국가가 강요한 희생의 구조다. 김정은의 방문은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충성심을 재확인하고 대내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 행사였다.
이번 보도에서 반복되는 “만세”, “감격”, “환희”, “충성”의 언어는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진정 강한 군대라면 지도자 찬양을 과장할 필요가 없다. 진정 안정된 국가는 병사들의 충성을 매번 의식화하고 연출하지 않는다.
북한이 군사 행사를 할 때마다 김정은 개인숭배와 사상 결속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체제가 주민과 군의 자발적 신뢰 위에 서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결국 이번 김정은의 부대 방문은 북한이 말하는 ‘강군’의 실체를 보여준다. 그것은 현대적 군사 전문성과 국민 보호의 군대가 아니라, 김씨 일가의 권력 유지를 위해 사상과 충성을 강제하는 병영국가의 군대다.
북한 매체가 아무리 “부국강병”과 “백승사”를 외쳐도, 주민의 자유와 생존을 외면한 군사주의는 결코 강한 국가의 증거가 될 수 없다.
북한군이 진정 인민의 군대가 되려면 먼저 김정은 개인에 대한 충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 북한 체제에서 군은 인민의 방패가 아니라 정권의 방패이며, 청년들의 미래는 국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권력 세습의 도구로 소비되고 있다.
이번 ‘축하 방문’ 보도는 바로 그 비극을 화려한 수사로 감춘 또 하나의 우상화 선전에 불과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