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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러시아 군인들에게 드론 작전과 전자전 관련 군사훈련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유럽 정보당국을 통해 확인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중국의 역할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럽연합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익명을 전제로 “중국 측의 러시아 군인 훈련이 우리 정보기관에 의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훈련은 중국 내 여러 지역에서 이뤄졌으며, 수백 명 규모의 러시아 군인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후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의혹은 단순한 군사교류 차원을 넘어선다.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주장하며 평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군을 대상으로 한 실전형 드론전 훈련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국이 사실상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보완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들은 2025년 말 중국 내 여러 군사시설에서 훈련을 받았다. 훈련 내용은 드론 운용, 드론에 대한 전자적 대응, 현대전 시뮬레이션, 항공·포격·폭발물 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 정예 드론 부대인 ‘루비콘’ 소속 인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을 마친 러시아 병력 가운데 일부는 2026년 초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으며, 일부는 현장에서 지휘 임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단순히 부품이나 민간용 이중용도 물자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러시아군의 전술 역량 향상에 직접 기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드론 전쟁’으로 불릴 만큼 무인기 운용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정찰용 드론, 자폭 드론, FPV 드론, 장거리 공격 드론은 병력 이동과 포병 운용, 후방 보급망 타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선의 작은 움직임도 드론에 포착되고, 저가형 무인기가 고가의 장비를 파괴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전쟁 양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전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 부대와 전자전 능력을 강화해 왔다. 중국에서 이뤄진 훈련이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중국의 드론 산업 기반과 군사기술 경험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열세를 보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도 최근 러시아 본토와 점령지 깊숙한 곳을 향해 드론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석유 저장시설, 운송기지, 정유공장 등 에너지 기반시설을 반복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탄화수소 수출을 통해 확보하는 전쟁 자금을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서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발생했다. 현지 석유 시설과 군사 기지가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도 드론 위협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도 최근 군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사회 내부에 “분열”을 일으키고 경제를 “파괴”하려 한다고 비난했지만, 동시에 이러한 발언은 러시아 본토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의 역할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정상적 교류’로 포장해 왔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 병력이 중국군의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 일부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됐다면 중국의 중립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는 이번 사안을 러시아·중국 간 전략적 밀착의 새로운 단계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로 병력과 장비, 기술의 부담이 커지고 있고, 중국은 미국과 서방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의 패배를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실상 맞물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드론과 전자전은 현대전의 핵심 영역이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러시아군을 훈련시켰다면 이는 단순한 교육이나 교류가 아니라 전쟁 수행 능력을 실질적으로 지원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유럽연합이 향후 대중 제재와 공급망 재편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사안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이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장에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맞서고 있지만, 그 뒤편에는 중국, 이란, 북한 등 권위주의 진영의 군사·기술 협력이 자리하고 있다. 서방이 이를 단순한 개별 사건으로 넘길 경우,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중국의 러시아군 드론 훈련 의혹은 국제사회에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중국은 정말 중립국인가, 아니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뒷받침하는 사실상의 후방 지원국인가. 이번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