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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순환생산”이라는 이름의 자력갱생

2026-06-15 08:30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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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색야금공업 ‘주체화’ 선전 뒤에는 국제 고립과 산업 기반 노후화가 자리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매체가 문평제련소에서 생산과정에 나오는 폐설물과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순환생산체계를 확립했다고 선전했다. 보도는 이를 “생태환경 보호”와 “경제적 효과성 제고”의 성과로 포장하며, 유색야금공업의 주체화를 실현한 모범 사례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선전은 북한 경제가 처한 구조적 한계를 오히려 드러낸다. 폐기물 재활용과 부산물 회수 자체는 현대 산업에서 필요한 기술이지만, 북한 당국이 이를 대대적으로 치켜세우는 배경에는 원료 부족, 설비 노후화, 외부 기술·자본 접근 제한이라는 현실이 깔려 있다.

‘순환생산’이라는 표현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부족한 자원을 쥐어짜야 하는 자력갱생 경제의 고단한 단면에 가깝다.

북한은 이번 성과가 조선로동당의 자립경제 노선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립경제가 진정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면, 폐설물 재활용 체계 하나를 전국과학기술축전의 주요 성과처럼 부각할 이유는 크지 않다.

이는 오히려 북한 산업 전반이 정상적인 원료 수급과 현대적 생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폐기물과 부산물까지 최대한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색금속 생산은 전력, 설비, 정련 기술, 환경 관리가 모두 요구되는 분야다. 북한은 이를 “주체화”라고 부르지만, 국제 기준에서 볼 때 핵심은 생산량과 품질, 환경 안전성, 노동자 보호, 오염물질 처리의 투명성이다.

단순히 폐설물을 재활용한다고 해서 생태환경 보호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제련소에서 발생하는 중금속, 유해가스, 폐수 처리 실태가 공개되지 않는 한, “환경 보호”라는 표현은 검증되지 않은 선전 문구에 머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북한은 환경 문제를 주민의 생명과 건강권 차원에서 다루기보다, 당 정책 관철과 생산성 향상의 부속물로 취급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번 보도에서도 노동자의 작업환경, 주변 주민의 건강, 오염 실태 조사, 외부 검증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당의 정책적 과업”, “자립경제 노선”, “주체적인 유색금속생산” 같은 정치적 수사가 전면에 배치됐다. 환경 보호를 말하면서도 정작 환경의 주체인 주민은 보이지 않는 셈이다.

폐기물 재활용은 필요하다. 자원 절약과 오염 저감은 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한 과제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정상적인 산업 혁신이 아니라 체제 선전의 소재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 현장의 작은 개선을 김정은 체제의 경제 노선 성과로 과장하는 방식은 북한 매체의 익숙한 문법이다. 그러나 주민 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전력난과 식량난, 산업 설비 노후화가 반복되는 현실 앞에서 이런 선전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문평제련소의 순환생산체계가 실제로 의미 있는 기술적 진전이라면, 북한 당국은 구호가 아니라 수치와 검증으로 말해야 한다. 폐기물 감축량, 유해물질 배출 저감 효과, 생산비 절감 규모, 노동자 안전 개선 여부, 주변 환경 변화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폐쇄적 체제 안에서 이런 정보는 당국의 선전 문장으로만 전달된다. 결국 주민과 국제사회는 실체보다 구호를 먼저 접하게 된다.

북한 경제의 근본 문제는 폐설물을 재활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시장 원리와 국제 협력, 기술 투명성, 주민 중심의 경제 운영이 차단된 채 당의 지시와 정치 구호가 산업 현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문평제련소 사례는 북한이 말하는 “자립”이 얼마나 많은 결핍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북한 당국은 “순환생산”이라는 말로 경제적 효과성과 환경 보호를 강조하지만, 진정한 순환은 폐설물만의 순환이 아니다. 산업이 주민 생활을 개선하고, 경제 성과가 노동자에게 돌아가며, 환경 정보가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문평제련소의 성과 선전은 또 하나의 자력갱생 구호, 또 하나의 체제 홍보물에 그칠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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