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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얀마계 미국인 학자 ‘간첩 혐의’ 체포

2026-06-15 08:32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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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관계 속 새 불확실성.. 미얀마 정세·중국 영향력 연구가 표적 됐나

독자 제공
독자 제공

중국 당국이 미국 국적의 미얀마계 학자 우민진(U Min Zin)을 간첩 혐의로 형사 구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중 관계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6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민진이 스파이 활동 혐의로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고 밝혔으나, 체포 시점과 장소, 구체적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미국의 소리(VOA)에 보낸 답변에서 중국 내 미국 시민 구금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며 “미국 시민의 안전과 보장은 국무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시민이 구금될 경우 적절한 영사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지만, 연방 프라이버시 법률을 이유로 추가 논평은 피했다.

이번에 체포된 우민진은 태국 치앙마이에 본부를 둔 독립 싱크탱크 ‘미얀마 전략 및 정책 연구소’의 창립자이자 집행이사다. 그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과정, 시민사회 강화, 공공 참여 확대 등을 연구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링크드인 공개 자료에 따르면 그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정치학 및 정부 분야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6년부터 해당 연구소를 이끌어 왔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이 연구소가 중국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연구소 웹사이트는 중국 연구 프로젝트가 “미얀마와 중국 간의 복잡한 관계와 그것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깊은 영향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2024년까지 두 차례의 ‘중국 조사’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는 점도 명시돼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우민진은 지난 6월 3일 미얀마와 접경한 중국 윈난성의 성도 쿤밍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윈난성 보안 당국이 그를 체포한 구체적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뒤늦게 형사 구류 사실만 인정하면서 사건의 성격을 둘러싼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얀마 군정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의 중국 방문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젠은 6월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민 아웅 흘라잉이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미얀마 문제와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연구해 온 학자가 바로 이 시점에 체포됐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중 관계 차원에서도 파장은 작지 않다. 우민진 체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불과 몇 주 만에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기간과 귀국 후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가 좋다고 강조하며 미중 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양국 정상 간 외교적 수사와 별개로 미중 간 구조적 불신이 여전히 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중국 전문가 쑨윈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최근 미국 입국 시 중국 학자들이 추가 조사를 받는 문제에 불만을 제기해 왔지만,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 학자를 체포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중미 관계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구금은 미중 간 정보전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미국 법무부는 6월 10일 중국 정보기관이 미국 내 보안 허가 보유자들을 겨냥해 민감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고 보고, 관련 인터넷 도메인 13개를 압수·폐쇄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방에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 구금된 미국 시민의 석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2024년 11월에는 텍사스 출신 사업가 마크 스위단, 중국계 미국인 리카이, 홍콩계 미국인 량청윈 등 세 명의 미국 시민이 석방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중국 정보 관리 한 명을 석방하는 방식으로 맞교환에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문제 삼는 것은 자국민 구금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워싱턴은 홍콩의 언론인 지미 라이와 중국 시온교회 금명일 목사 등 중국과 홍콩 내 정치범·양심수 문제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민진 사건은 단순한 개인 구금 사건을 넘어 중국의 국가안보 법제 남용, 외국 연구자 탄압, 미중 외교 갈등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반간첩법과 국가안보 관련 법률을 대폭 강화해 왔다. 그 결과 외국 기업인, 연구자, 언론인,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중국 내 활동에서 점점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국 당국은 국가안보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연구와 정보 접근 자체를 범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민진의 경우 미얀마 민주주의와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연구해 온 학자라는 점에서, 그의 체포는 미얀마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예민한 시각을 반영하는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미얀마 군정과 중국의 관계, 국경 지역 정세, 중국의 경제·안보 영향력은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주목해 온 사안이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중국이 무엇을 ‘간첩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가에 있다. 구체적 증거와 절차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 국적 연구자를 국가안보 혐의로 구금하는 것은 중국 내 학술 활동과 정책 연구의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이 말하는 국제 교류와 개방의 이미지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미국이 어떤 수준의 영사 대응과 외교적 압박에 나설지, 중국이 구체적 혐의를 공개할지에 따라 이번 사건의 파장은 달라질 전망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민진 체포가 미중 관계의 표면적 안정론 뒤에 숨어 있던 불신과 긴장을 다시 드러냈다는 점이다.

미얀마, 중국, 미국이 교차하는 이 사건은 앞으로 인권, 정보전, 학문의 자유, 국가안보의 경계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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