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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자 수가 실제보다 과다 입력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잘못된 수치를 사실대로 바로잡는 대신 다른 투표소들에 나누어 입력하는 방안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미 공개된 전체 투표자 수가 줄어들 경우 국민적 의혹이 생길 수 있으니, 과다 입력된 숫자를 여러 투표소에 분산하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전산 실수도, 일선 직원의 업무 착오도 아니다. 선거 통계의 오류를 바로잡은 것이 아니라 오류를 다른 곳으로 옮겨 숨기려 한 것이다. 숫자를 사실에 맞춘 것이 아니라 이미 발표한 숫자에 사실을 억지로 조작하려 했다는 의미다.
잘못 입력된 수치는 즉시 원상회복하고, 오류의 원인과 수정 내역을 국민에게 공개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외부의 의심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투표소의 투표자 수까지 손댔다면 그것은 명백한 조작이다. 회계장부에서 잘못된 금액을 여러 항목에 흩어 숨긴다면 분식회계라 부르며 지탄한다. 국민주권의 근간인 선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와는 비교조차 안되는 중대한 범죄적 행위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중앙선관위가 충북 진천과 경기 김포의 유사한 문의에 같은 방식을 안내하고, 투표율 분산 수정 예시표까지 직접 작성했다는 주장이다. 이 또한 사실이라면 특정 지역의 우발적 일탈이 아니라 중앙 차원에서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된 처리 방식이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투표자 수는 선거 결과를 검증하는 가장 기초적인 숫자다. 투표자 수와 투표지 교부 수, 투표함 속 투표지 수, 개표 결과가 서로 맞아야 선거의 무결성이 입증된다. 그런데 투표자 수를 이 투표소에서 저 투표소로 마음대로 옮길 수 있다면 그 검증 체계는 처음부터 무너진다.
타 지역으로 분산 조치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든지 투표자 수뿐 아니라 투표 결과까지 인위적으로 맞출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봉착한다. 이는 막연한 상상이 아니다. 선거 결과의 기초자료를 관리기관이 임의로 재배치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너무나 당연한 의문이다. 참으로 경악스럽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선관위는 더 이상 “단순 실수”나 “실무적 조치”라는 말로 빠져나갈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누가 분산 입력을 지시했고, 누가 승인했으며, 어느 지역에서 실제로 시행됐는지 모두 밝혀야 한다. 전국 선관위의 수정 전후 원본자료와 전산 접속 기록, 변경 시각, 수정 권한자, 내부 보고서와 지침을 즉각 보전하고 전면 공개해야 한다.
선관위 자체 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혹의 당사자가 자료를 선별하고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조사를 국민에게 믿으라는 것인가. 독립적 특별검사 수사를 통해 중앙선관위 지휘부까지 성역 없이 조사해야 한다. 증거 은폐나 기록 삭제가 확인될 경우 관련자 전원을 엄벌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의 침묵도 용납될 수 없다. 선거 통계 조작 의혹은 어느 정당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정질서가 걸린 문제다. 이를 방치한다면 침묵 역시 책임 회피를 넘어 진상 규명을 가로막는 행위일뿐 아니라 공범으로 기록될 것이다.
선거기관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국민의 의혹 제기가 아니다. 실제와 다른 숫자가 선거 기록에 남는 것이다. 의혹을 피하려 숫자를 흩어 숨겼다면 이미 선거관리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내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단 한 표도, 단 한 명의 투표자도, 단 하나의 숫자도 임의로 옮길 수 없어야 한다. 이 원칙마저 무너졌다면 대한민국의 선거는 무엇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압수수색이고, 자체 조사가 아니라 특검이며, 침묵이 아니라 명백한 진상규명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