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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30] 추락의 소용돌이에 빠진 슈파이어

2026-08-14 07:21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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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바이겔 George Weigel is Distinguished Senior Fellow of the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where he holds the William E. Simon Chair in Catholic Studies. 윤리·공공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슈파이어(Speyer)는 라인강 서안에 자리한 매력적인 도시다. 아름답게 보존된 중세 도심의 중심에는 웅장한 11세기 대성당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은 300년 동안 독일 황제들의 안식처였으며, 유럽에서 로마네스크 건축을 가장 위대하게 구현한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영국 왕실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훗날 에드워드 7세가 되는 왕자는 1861년 슈파이어 대성당(Dom zu Speyer)에서 미래의 아내 알렉산드라를 처음 소개받았다. ‘버티(Bertie)’의 중매를 선 사람은 그의 누이인 프로이센의 빅토리아 황태자비, 곧 ‘비키(Vicky)’였다.) 슈파이어는 4세기 어느 시점에 교구로 설정되었으며, 이 지역의 가톨릭 주교가 문헌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346년이다.

이제 다소 지루하지만 많은 것을 드러내 주는 몇 가지 통계를 잠시 살펴보자.
현재판 바티칸 연감인 『교황청 연감』에 따르면, 슈파이어 교구에는 가톨릭 신자 50만 4,210명이 있다. 내가 보기에는 이는 교구 관할 지역 안에서 독일의 세금 신고 때 ‘교회세’(Kirchensteuer) 항목에 자신을 가톨릭 신자로 표시하는 사람이 50만 4,210명이라는 뜻일 것이다.

교구 사제는 239명이며, 교구 내에 거주하는 수도회 소속 사제는 26명이다. 또한 종신부제 65명, 남자 수도회 회원 304명, 여자 수도회 회원 312명이 있다. 2024년에는 교구에서 사제 서품이 한 건도 없었으며, 당시 신학생은 네 명이었다. 등록된 가톨릭 신자 가운데 평균 주일미사 참례율은 5.1%다.

지난 6월 교구는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현재 70개인 본당을 무려 87% 줄여 아홉 개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현행 교구 내 지구들을 대체하게 될 이 새로운 ‘본당’들은 ‘시노드 평의회’와 ‘상근 집행위원회’가 운영하며, 본당 재정은 ‘행정평의회’가 관리하게 된다. 새로 만들어질 아홉 개 본당 안에는 “사목적 친밀함과 살아 있는 신앙의 자리” 역할을 하는 ‘공동체 팀’도 설치될 예정이다.

이 모든 것은 이미 지난해 가을 예고되어 있었다. 당시 교구의 시노드 과정에서 「너는 복이 되어라」(You Shall Be a Blessing)라는 제목의 구조 개혁안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 제목은 다소 기묘하게 들린다. 교구 총대리가 그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불확실성과 때로는 체념마저 뚜렷이 감지되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렇다면 그 불확실성은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인가? 다음을 생각해 보자.
성 대 레오 교황의 재위보다 한 세기 앞서 형성된 이 유서 깊은 교구가 이처럼 급진적으로 변형되는 것, 어떤 이들은 이를 ‘해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발표 직전, 림부르크 교구의 게오르크 베칭 주교는 동성 커플을 커플로서 축복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도전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는 책임 있는 틀 안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며, 제가 보기에는 교회의 일치를 위협하지도 않습니다.”

전 독일주교회의 의장이었던 베칭 주교가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현 레오 교황이 적도기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러한 관행을 비판하며 교회는 “동성 커플에 대한 공식적인 축복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말한 직후였다. 이와 동시에 독일가톨릭중앙위원회 위원장 이르메 슈테터카르프는 “동성 커플과 이른바 비정규적 상황에 놓인 커플들을 위한 축복 예식이 가능한 한 많은 곳에서 계속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 가톨릭교회가 마치 가다라 지방의 돼지 떼가 낭떠러지를 향해 돌진하듯 교회적 망각의 절벽 아래로 질주하는 모습에는 극도로 분노를 자아내는 측면이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불쾌한 것은, 그것이 정직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점에서, 성직자 성적 학대 문제 때문에 교회가 인간 사랑에 관한 윤리와 오랜 성직자 독신제의 전통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직자 성범죄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제6계명과, 그 계명을 따르는 것이 인간의 행복과 온전한 성숙에 이바지한다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때문에 괴물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경험적 증거는 전혀 없다. 또 결혼이 일종의 범죄 예방책이라도 되는 것처럼, 성직자들이 결혼한다면 성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혼인성사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기혼 성직자를 두고 있는 그리스도교 교파들에서도 심각한 성적 학대 문제가 존재한다는 현실에 의해 반박되는 주장이다.

내가 이 지면에서 이전에도 지적했듯이, 독일 가톨릭교회 위기의 뿌리는 배교(apostasy)에 있다. 곧 가톨릭교회가 참되다고 믿고 가르치는 것을 거리낌 없이 부정하는 데 있다.

슈파이어 교구가 죽어 가는 것은 교구 관계자들이 주장하듯 “재정과 인력상의 이유” 때문이 아니다. 독일 가톨릭교회에는 교회세 덕분에 돈이 넘쳐나며, 265명의 사제라면 70개 본당을 사목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 죽음의 신음은 복음을 온전히, 기쁨과 연민을 가지고 선포하고 가르치며 살아 내지 못한 데서 나오고 있다.

“성도들에게 단 한 번 전해진 믿음”(유다 1,3). 바로 이것이 주일미사 참례율 5.1%라는 현실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슈파이어가 죽음의 나선에 빠지는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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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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