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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81주년을 맞아 대규모 경축공연을 열고 당과 김정은의 ‘위대함’을 집중 부각했다.
그러나 공연을 전한 보도는 주민의 생활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성과보다 충성과 찬양의 수사로 채워졌다. 집권당이 주민에게 설명해야 할 책임을 지도자를 향한 환호로 대신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선신보가 11일 전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공연은 10일 평양체육관에서 김정은과 당·정부 간부, 군 관계자, 청년학생, 평양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북한 주재 외교대표들도 초대됐다.
무대는 노동당을 찬양하는 노래로 시작해 성악과 무용, 교예, 체조, 군악 등을 결합한 종목으로 이어졌다. 보도는 공연 전반을 당의 역사와 업적을 칭송하고 앞으로도 당을 충성으로 받들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로 묘사했다.
장기집권은 자랑하면서 책임은 묻지 않았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노동당의 장기집권 자체를 위대함의 근거로 제시한 부분이다. 보도는 노동당이 ‘세계최장의 집권사’를 기록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정의로운 사명과 숭고한 이념의 결과로 포장했다.
하지만 집권 기간이 길다는 사실만으로 통치의 정당성과 성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주민이 권력을 평가하고 잘못된 정책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삶의 조건이 실제로 개선됐는가 하는 점이다.
제공된 보도에는 이러한 평가가 없다. 당의 노선과 통치에 대한 성찰 대신 모든 역사를 영광과 승리로 설명하는 표현만 반복된다. 81년의 집권을 돌아보는 행사라면 성과뿐 아니라 실패와 주민의 희생도 살펴야 하지만, 북한 매체가 전한 무대에는 당을 향한 찬사만 허용돼 있다.
국가와 지도자를 겹쳐 놓은 찬양의 무대
보도는 김정은을 국가의 존엄과 강대성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인물로 내세웠다. 참석자들의 환호와 김정은의 답례, 공연에 대한 만족도 상세히 전했다.
이는 공연의 중심이 문화예술 자체보다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확인하는 데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의 존엄을 지도자 개인과 겹쳐 놓고, 당에 대한 충성을 애국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런 구도에서는 정책을 비판하거나 지도자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국가에 대한 부정으로 취급될 위험이 커진다.
관람객의 박수와 환호만으로 주민 전체의 자발적인 지지를 확인할 수도 없다. 행사장에서 드러난 반응과 주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생각은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보도는 공연 참석자들의 반응을 곧바로 ‘온 나라 인민’의 환희로 확대했다.
‘인민의 꿈’ 내세웠지만 정작 주민의 목소리는 빠졌다
북한 매체는 노동당이 주민의 꿈과 이상에 충실한 국가를 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생활 개선의 지표나 주민들의 구체적인 경험은 제시하지 않았다. 먹고사는 문제, 교육과 의료의 여건,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도 찾아보기 어렵다.
공연 기사라는 형식을 감안하더라도, 국가와 당의 성과를 그토록 크게 주장하려면 주민의 현실을 보여주는 근거가 필요하다. 찬양의 강도가 높다고 정책의 성과까지 커지는 것은 아니다.
무대에서 주민은 당의 은혜를 노래하고 충성을 다짐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정작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말하는 주민의 목소리는 보도에서 빠져 있다. ‘인민’을 거듭 호명하면서도 인민이 권력에 요구할 권리는 드러내지 않는 셈이다.
노동당 창건 81주년 공연은 북한 당국이 주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지 보여준다. 당의 길은 언제나 옳고, 미래는 밝으며, 주민은 그 지도에 충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정치는 환호의 크기로 평가할 수 없다. 권력의 성적표는 김정은이 공연에 얼마나 만족했는지가 아니라, 주민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며 불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