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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사리원 포도주의 맛과 품질을 강조하는 보도가 나왔지만, 정작 주민들이 제품을 얼마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보는 제시되지 않았다. 특산품의 명성을 소개하는 것과 주민 생활의 개선을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조선신보는 10월 26일 「강계와 더불어 이름난 사리원 포도주」라는 기사에서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포도주 생산을 소개했다. 보도는 품종 갱신과 생산공정 현대화로 맛과 품질이 향상됐다고 강조하며, 사리원 포도주를 자강도 강계 포도술과 함께 이름난 제품으로 내세웠다.
제공된 기사 내용에 따르면 약 60년의 역사를 지닌 사리원 포도술 공장은 시 외곽의 백여 정보 규모 포도원에 자리하고 있다. 수확한 포도를 신선한 상태에서 발효시켜 포도주를 생산하며, 포도 자체도 사리원의 특산물로 알려져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의 농산물을 가공해 상품 가치를 높이고 생산시설을 개선하는 일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화’와 ‘품질 향상’이라는 표현만으로 실제 성과까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설비를 교체했는지, 품질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생산성과 위생관리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구체적인 자료가 뒷받침돼야 한다.
제공된 대목에서는 이러한 검증 정보를 찾기 어렵다. 연간 생산량과 가동률, 판매가격, 유통 범위도 확인되지 않는다. ‘맛과 향기로 호평받는다’는 설명 역시 평가 주체와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홍보성 서술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주민 생활의 관점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사리원 주민을 비롯한 일반 소비자들이 이 포도주를 실제로 얼마나 구입할 수 있으며, 가격은 소득에 비춰 감당할 만한 수준인가 하는 점이다. 지역 특산품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풍요롭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포도 재배와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도 살펴봐야 한다. 품질 개선과 판매 확대가 이뤄졌다면 그 성과가 임금과 작업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상품의 명성은 강조하면서 생산자의 삶은 설명하지 않는 보도로는 경제적 성과의 실질을 가늠하기 어렵다.
북한의 식품산업을 평가할 때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유명 공장이나 특산품 한두 가지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전체 주민의 식생활과 소비 여건을 대신 설명할 수는 없다. 생산시설의 성과는 구체적인 수치로, 주민 생활의 변화는 구매력과 접근성으로 확인해야 한다.
사리원 포도주의 품질 개선이 실제 성과라면 이를 입증할 자료를 공개하면 된다. 주민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고, 생산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까지 확인될 때 비로소 생활 향상이라는 평가도 설득력을 얻는다.
주민의 식탁과 노동자의 삶을 비워둔 채 포도주의 향기만 전하는 보도는, 경제의 실상을 보여주는 기사보다 체제의 진열장을 꾸미는 홍보에 가깝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