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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평화’를 말하며 핵을 키우는 북·중

2026-07-17 09:12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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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왕후닝 중국 대표단 접견.. 핵·인권 외면한 채 ‘사회주의 연대’만 강조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김정은이 16일 평양을 방문한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을 접견하고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기반으로 양국 관계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왕후닝은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국 권력서열 최상위권에 속하는 인물로, 이번 방북은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이어진 북·중 고위급 교류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북·중 조약을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는 조약”이라고 평가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지속적으로 증강하며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위협해온 북한이 ‘평화와 안전’을 말하는 것부터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북한은 불과 며칠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핵무력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하고 핵전투 능력을 표준화·현대화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 요구를 거부하고 핵전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입장까지 재확인했다. 핵무력 증강을 공식화한 정권이 중국 대표단 앞에서는 자신들의 동맹이 세계 평화를 보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접견에서 정작 다뤄져야 할 북한 핵 문제와 주민 인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 문제는 공개된 보도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 주민의 식량난이나 경제적 고통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찾아볼 수 없다. 두 나라가 강조한 것은 ‘사회주의’, ‘최고지도자 간 합의’, ‘정치적 상호 신뢰’, ‘쌍무적 연대’였다. 주민의 삶보다 당과 정권의 결속을 앞세우는 전형적인 권위주의 국가 간 회담이었다.

특히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은 단순한 친선협정이 아니다. 유사시 상호 지원을 규정한 조약으로, 현재 중국이 유지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상호방위 성격의 조약으로 평가된다.

북한과 중국이 조약 체결 65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것은 양국이 단순한 경제협력 관계를 넘어 전략적·군사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음을 다시 과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최근 북·중 간 고위급 왕래가 급속히 늘어난 것도 주목해야 한다. 시진핑은 지난 6월 약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고, 북한 박태성 내각총리는 이달 중국을 찾아 시진핑을 만났다. 뒤이어 왕후닝이 평양을 방문했다. 양측은 정치·경제·문화 협력과 고위급 전략 소통을 확대하며 정상 간 합의를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통해 경제적 고립을 완화하고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견제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 역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평양에 대한 전통적인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번 접견은 ‘우호’라는 명분 아래 서로의 전략적 필요를 충족하려는 거래에 가깝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력 확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비핵화를 촉구하기보다 ‘사회주의 위업’과 ‘공동 이익 수호’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음에도 중국이 정치적 연대를 강화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 전략에 외교적 공간을 제공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북·중 양국이 말하는 ‘사회주의 친선’은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연대가 아니다. 북한에서는 개인숭배와 세습독재가 지속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공산당 일당지배와 사상통제가 유지되고 있다. 두 체제가 강조하는 친선은 국민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협력이 아니라 권력의 안정을 보장하고 외부의 비판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체제 수호의 연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통신이 김정은에게 온갖 존칭을 동원하고 왕후닝의 방북을 ‘극진한 환대’와 ‘동지적 우의’로 포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민들에게 북·중 관계가 굳건하며 김정은 정권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심으려는 내부 선전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화려한 의전과 정치적 구호가 북한의 경제난과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바란다면 북·중 양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북한은 핵무력 확대를 중단하고 국제사회와의 비핵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 중국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싸는 후견국 역할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실질적인 압박과 설득에 나서야 한다.

핵무기를 확대하는 북한과 이를 외면한 채 ‘전략적 친선’을 외치는 중국의 밀착은 평화의 보증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과 진영 대립을 심화시키는 위험한 결속이다. 북·중이 아무리 ‘불변의 친선’과 ‘세계 평화’를 외쳐도, 핵위협과 독재체제의 현실을 가릴 수는 없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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