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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부정선거와 선거 보안 문제를 제기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자국의 선거제도에 외국의 개입과 정보기관의 은폐, 부실한 유권자 명부 관리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7월 16일 연설에서 중국이 미국 유권자 2억 2천만 명의 관련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했으며, 미 국토안보부의 검토에서 약 27만 8천 명의 비시민권자가 연방선거 유권자로 등록된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독립적인 팩트체크 기관과 일부 언론은 중국이 취득했다는 유권자 정보 가운데 상당 부분은 공개적으로 거래되거나 확보할 수 있는 자료이며, 비시민권자 등록 추정치의 산출 방식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미시간주의 허위 등록 신청 역시 실제 부정 투표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나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미국 언론과 한국 언론의 반응은 검증이 아니었다. 상당수 보도는 자료가 제대로 분석되기도 전에 ‘또 꺼낸 부정선거론’, ‘낡은 음모론의 재탕’, ‘과거 패배에 대한 집착’이라는 결론부터 내려놓았다.
미국의 ABC·NBC·CNN은 대통령의 연설을 주력 방송망에서 생중계하지 않았고, 일부 한국 언론 역시 연설의 내용보다는 ‘부정선거론을 다시 꺼냈다’는 조롱 섞인 틀을 앞세웠다. 이것은 언론의 검증이 아니다. 언론이 스스로 재판관이 되어 심리가 시작되기도 전에 판결문부터 읽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공개된 문서와 정보기관 자료, 유권자 명부, 수사 기록을 하나하나 대조해 판단해야 한다. 중국이 유권자 정보를 어떤 방법으로 취득했는지, 그 정보가 단순한 개인정보 수집에 그쳤는지 아니면 선거 영향 공작에 활용됐는지, 비시민권자 등록 추정치에는 귀화 시민이나 행정 착오가 얼마나 포함됐는지, 허위 등록 신청이 실제 투표로 이어졌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유권자 정보 취득’과 ‘투표 결과 조작’은 서로 다른 문제다. ‘유권자 등록의 오류’와 ‘실제 불법 투표’도 구별해야 한다. 이러한 구별을 통해 의혹의 사실 여부와 심각성을 가리는 것이 언론의 책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가장 중요한 이 검증 과정을 생략한 채 “이미 끝난 논쟁”이라고 선언한다. 자신들이 과거에 내렸던 판단을 새로운 자료가 공개된 뒤에도 수정하거나 재검토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는 지성이 아니라 교조주의이며, 취재가 아니라 진영 방어다.
언론은 트럼프를 믿으라고 강요해서도 안 되지만, 트럼프가 말했기 때문에 믿지 말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의 발언이 과장됐거나 사실과 다르다면 언론은 자료와 증거를 제시해 반박하면 된다. 공개된 문서가 기존 정보를 재포장한 것이라면 어떤 문서가 왜 새로운 증거가 되지 못하는지를 독자들에게 상세히 보여주면 된다.
반대로 외국 정부가 미국 유권자 정보를 광범위하게 확보했거나, 정보기관이 정치적 판단으로 관련 첩보를 축소했다면 그것 역시 엄중하게 규명해야 한다. 그 어느 쪽이든 먼저 해야 할 일은 조롱이 아니라 조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방송 여부까지 언론사가 선별했다는 사실이다. 현직 대통령이 국가 선거제도의 신뢰와 외국의 개입 가능성을 주제로 대국민 연설을 한다면, 언론은 이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동시에 실시간으로 검증해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의 주장을 직접 듣지 못하게 한 뒤, 언론이 요약하고 평가한 내용만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정보의 독점에 가깝다.
거짓말이라고 판단한다면 더욱 생중계하고 검증해야 한다. 위험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원문을 공개하고 반박해야 한다.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을 결정하기 시작하는 순간, 언론은 감시자가 아니라 검열자가 된다.
미국 언론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의 존립을 흔드는 국가적 문제라며 수년 동안 보도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개입 의혹이나 유권자 명부의 취약성, 정보기관의 정치화 가능성 역시 동일한 엄격함으로 다뤄야 한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증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한국 언론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관리의 투명성과 투표 절차의 문제를 제기하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피기 전에 ‘음모론자’라는 딱지부터 붙인다. 봉인과 이송, 유권자 명부, 투표지 관리, 전산 시스템, 개표 절차에 관한 합리적인 질문까지도 진영 논리로 몰아붙인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선거를 믿으라”는 명령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민이 실제로 확인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통해 유지된다. 선거에 대한 신뢰는 의혹을 금지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혹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투명한 검증을 통해 형성된다.
언론의 사명은 권력자의 말을 받아쓰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싫어하는 권력자의 말을 지워버리는 것도 아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문서를 분석하고, 반론을 대조해 국민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초당적인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행정부는 원자료와 분석 방법을 가능한 범위에서 모두 공개해야 한다. 독립적인 선거 전문가와 정보기관 감찰기구는 각각의 주장을 검증해야 한다. 언론 역시 ‘사실’, ‘확인되지 않은 주장’, ‘반박된 주장’, ‘추가 조사가 필요한 의혹’을 명확히 구분해 보도해야 한다.
트럼프의 주장이 틀렸다면 증거로 무너뜨려라.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제도를 고쳐라. 대통령의 주장보다 먼저 진실을 포기한 언론, 문서를 읽기 전에 결론부터 내린 언론, 국민의 판단을 대신하려는 언론이야말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가 직면한 더 근본적인 위기다.
선거가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그리고 언론의 지성이 죽으면 그 자체가 바로 전체주의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