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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족단결진보촉진법’ 시행

2026-07-20 10:17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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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인 중국 방문 신변 위험 커지나
- 모호한 ‘민족단결 훼손’ 기준에 처벌 범위 무제한 확대 우려

독자 제공
독자 제공

중국 공산당이 지난 7월 1일부터 이른바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을 시행하면서 중국을 방문하거나 현지에서 사업하는 대만인들의 신변 안전 위험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법은 ‘민족단결을 파괴하는 행위’와 ‘민족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과 행동이 처벌 대상이 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필요에 따라 적용 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며, 사실상 국경을 넘어 비판 인사와 외국인을 통제하기 위한 법적 수단이 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법률에는 ‘조국 통일’과 중국 공산당의 지도 체제를 옹호하고 양안 교류에서 중국 당국의 정치적 원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민족 간 화합과 단결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정치적 충성과 복종을 요구하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만인 연락 두절·구금 사례 급증

대만 대륙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대만 국민이 중국 본토에서 연락이 두절되거나 구금되고, 형사 절차 등에 따라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은 사례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관련 사례는 2024년 55건에서 2025년 221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7월 15일까지 119건이 추가돼 최근 집계된 사례는 모두 395건에 이른다.

특히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이 시행된 뒤 불과 보름 동안 22건의 신고가 새로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24년 한 해 전체 사례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새 법 시행이 곧바로 개별 사건의 원인이 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을 방문하는 대만인들이 직면한 신변 위험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대만 국민의 중국 방문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대만 관광 당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중국 본토를 방문한 대만인은 약 323만7,500명에 달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도 151만9,659명이 중국을 방문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7% 증가했다.

방문객 증가와 신변 위험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대만 사회 내부에서는 중국 여행과 사업 활동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족단결 훼손 여부, 결국 중국 공산당이 판단”

타이베이해양과학기술대학교 교양교육센터의 우슬즈 조교수는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로 ‘민족단결을 파괴한다’거나 ‘민족을 분열시킨다’는 개념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민족단결이라는 표현 자체가 추상적인 정치 개념인 데다, 중국 공산당의 지도와 이른바 ‘조국 통일’ 원칙까지 법적 규범으로 포함돼 있어 당국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확대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조교수는 “겉으로는 민족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충성”이라며 법률의 목적이 민족 간 갈등 해소보다는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베테랑 언론인이자 시사 프로그램 ‘세계의 갈림길’ 진행자인 탕하오도 이 법을 “경계가 보이지 않는 끝없는 문자옥”에 비유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발언뿐 아니라 당국이 불쾌하게 여기는 일상적 표현까지도 ‘민족단결 훼손’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소비 취향이나 중국 제품에 대한 부정적 평가처럼 본래 정치와 무관한 발언조차 당국의 판단에 따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탕하오는 이 법이 단순한 형사처벌 수단을 넘어 시민들의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스스로 발언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사상 통제 장치라고 평가했다.

관광객과 장기 체류 사업가 모두 위험

전문가들은 중국 방문 위험을 가장 쉽게 과소평가하는 집단으로 단기 관광객과 장기간 중국을 오간 대만 사업가들을 꼽았다.

단기 관광객은 자신이 정치와 무관하고 민감한 신분도 아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감시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반대로 사업가나 투자자, 중국 현지 종사자들은 오랫동안 현지 인맥을 형성해 왔다는 이유로 자신은 안전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의 법 집행은 개인이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어렵다.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정치적 게시물을 삭제하더라도 이미 관련 정보가 수집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어떤 발언이 불법으로 판단될지는 결국 중국 공산당과 공안 당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

새 법이 주민들에게 위법 혐의가 있는 사람을 신고하도록 장려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정치적 문제뿐 아니라 사업상 분쟁이나 금전적 이해관계, 개인적 원한을 가진 사람이 법률을 압박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인이 현지 거래 상대방이나 경쟁자와 갈등을 빚을 경우, ‘민족단결 훼손’이라는 모호한 혐의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휴대전화·통신 기록도 판단 근거 될 가능성

탕하오는 많은 대만인이 중국 공산당 체제를 일반적인 민주국가의 사법 체계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평범한 사람은 당국의 관심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중국 당국은 오랫동안 대만의 정치권과 산업계, 언론계, 시민사회 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왔다는 것이다.

중국 입국 과정에서 확인되는 휴대전화 자료와 통신 애플리케이션, 사회관계망서비스 기록, 과거 발언과 교류 관계 등이 향후 조사나 처분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중국의 국가안보 관련 법률은 행위가 중국 밖에서 발생했더라도 중국의 국가이익을 침해했다고 당국이 판단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중국 공산당이나 중국 정부를 비판한 외국인과 대만인도 중국 입국 이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방문 위험 넘어 대만 사회 자기검열 유도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이 미치는 영향은 중국을 방문하는 개인의 안전 문제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슬즈 조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이 법을 통해 대만 사회 전체에 ‘위축 효과’를 조성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방문이나 현지 사업을 고려하는 대만인들이 처벌 가능성을 우려해 중국 공산당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피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처벌 사례가 많지 않더라도 모호한 법 규정과 일부 구금 사례만으로 대중에게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다. 한 사람을 처벌해 다수에게 경고를 보내는 이른바 ‘일벌백계’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탕하오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오해”라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의 탄압 대상이 대만 독립운동가나 정치인, 공개적인 반중 인사들에게만 한정된다고 생각하면 대만 사회가 각각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다른 사람의 탄압을 자신과 무관한 일로 여기게 될수록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권위주의적 압박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은 중국 내부의 민족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법률이라는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통제력을 국경 밖으로 확대하고 대만 사회의 발언과 행동까지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 당국과 시민사회는 중국 방문자들에게 새 법률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연락 두절이나 구금 상황에 대비한 신고·구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사회 시민들이 중국 공산당의 모호한 법률에 위축돼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연대해 초국적 탄압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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