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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경, 필리핀 수병 곤봉 공격

2026-07-21 16:48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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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중국해 ‘충돌 도화선’ 우려..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개막과 동시에 무력 충돌
- 미국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위” 규탄.. 중국은 필리핀 책임 주장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이 선박 간 대치와 물대포 공격을 넘어 군인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 행사로 확대되고 있다. 양국의 충돌이 반복되면서 남중국해가 자칫 중대한 군사적 충돌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필리핀군은 20일 중국 해경이 남중국해 분쟁 해역인 런아이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수병을 곤봉으로 공격해 부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사건은 마닐라에서 제59차 아세안 외교장관회의가 개막한 시점에 발생해 역내 외교·안보 현안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필리핀군 발표에 따르면 중국 해경 소속 소형 순찰정은 이날 오전 필리핀군이 전초기지로 이용하고 있는 침몰선 주변에 접근해 선회하며 촬영했다. 중국 해경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핀 해군이 고무보트 두 척을 투입하려 하자 중국 해경 요원들이 폭력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 필리핀 측의 설명이다.

필리핀군은 중국 해경 요원이 긴 곤봉으로 필리핀 수병의 머리와 몸을 반복해서 가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병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측은 필리핀 해군의 고무보트도 파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군은 중국 해경 요원들이 긴 막대기를 휘두르며 필리핀 수병을 공격하는 모습이 담긴 약 25초 분량의 영상도 공개했다. 필리핀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상 마찰이 아니라 자국 군인에 대한 명백한 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중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 국무부도 성명을 통해 중국 해경의 행동을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위”라고 규탄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공공 선박과 군대, 항공기가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이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중국 해경국은 필리핀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중국 해경은 자국 순찰선이 이른바 ‘중국 인애초’ 인근 해역에서 정상적으로 순찰하던 중 필리핀 측이 침몰선에서 고무보트 두 척을 내보내 위험한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필리핀이 사실관계를 왜곡해 중국을 모함하고 있다며 “흑백을 전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필리핀군이 주둔하고 있는 침몰선과 그 주변 해역에 대한 필리핀의 활동 자체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필리핀은 해당 해역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에 포함되며, 중국 해경이 오히려 필리핀 관할 수역을 침범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국이 상대방을 ‘침입자’로 규정하고 있어 현장에서의 충돌 위험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갈등은 외교적 설전에서 선박 충돌과 물대포 공격, 해상 봉쇄, 장비 파손과 군인 간 몸싸움으로 확대돼 왔다. 이번 사건은 중국 해경이 필리핀 수병의 신체를 직접 가격했다는 점에서 긴장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국의 갈등은 해상 충돌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사건 발생 사흘 전인 17일 필리핀 정부는 중국 관영매체가 공개한 영상에 대해 인종차별적 표현이 담겼다며 중국에 공식 항의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한 해당 영상은 필리핀을 미국과 일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노래를 부르는 원숭이로 묘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외교부는 필리핀 국민을 비하하고 인간성을 박탈하는 방식의 표현은 정상적인 정치적 논쟁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대립이 외교적 비난을 넘어 상대국 국민에 대한 감정적 충돌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충돌은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했던 남중국해 중재 판정 10주년을 기념하는 시점에 발생했다.

2016년 중재재판부는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해 주장하는 이른바 역사적 권리에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국은 중재 절차와 판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은 최근 판정 10주년을 맞아 해당 판정이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으며 남중국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라는 내용의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일본 외교 당국자를 불러 항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관영매체가 제작한 영상에서도 남중국해 중재 판정문을 ‘휴지’로 묘사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마닐라에서 열리는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와 함께 이란 정세, 미얀마 사태, 에너지·식량 안보, 지역 경제협력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회의 개막 시점에 중국과 필리핀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중국이 의제의 중심에 서기를 꺼려온 남중국해 문제가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필리핀에서 열리는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방문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실현하고 역내 국가와 미국 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 측 인사들과의 회동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지만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남중국해 문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안”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도 만나 미·필리핀 안보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이 자리에서 중국 해경의 폭력적 대응과 남중국해에서의 압박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기 등 세계적인 안보 현안에 가려 남중국해 충돌이 상대적으로 작은 사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해경과 필리핀군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폭력 수위까지 높아진다면 우발적 충돌이 군사적 대치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특히 필리핀은 미국의 조약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국지적 충돌이 미·중 간 안보 대결로 번질 위험도 존재한다. 현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필리핀 군함이 심각하게 파손될 경우 미국의 개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국제법상 중재 판정을 거부한 채 해경과 해상민병대 등을 앞세워 현상을 변경하려 하고, 필리핀이 미국·일본 등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 이에 맞서면서 남중국해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번 곤봉 공격 사건은 남중국해 분쟁이 더 이상 지도 위의 영유권 다툼이나 외교적 언쟁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작은 고무보트 위에서 시작된 충돌이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는 중대한 국제 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중국의 일방적인 무력 행사와 해양 질서 훼손에 보다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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