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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중국과 러시아 해군 함정이 일본 주변 해역에서 공동 항해를 하던 중 중국 미사일 구축함이 일본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방위성이 자국 EEZ 내 중국 군함의 실탄 사격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실제 사격을 실시한 것은 중국 함정으로, 동행한 러시아 함정이 사격에 참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통합막료감부가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상자위대는 지난 19일 오전 2시께 도쿄도 오키노토리시마 남서쪽 약 330㎞ 해역에서 북동쪽으로 항해하는 중국과 러시아 해군 함정 4척을 포착했다.
확인된 함정은 중국 해군의 렌하이급 미사일 구축함 103번함, 뤼양Ⅲ급 미사일 구축함 124번함, 푸치급 종합보급함 903번함과 러시아 해군의 스테레구시치급 호위함 343번함이다. 이 가운데 중국 뤼양Ⅲ급 구축함이 오키노토리시마 남서쪽 약 180㎞ 해역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이번 훈련이 기관총을 사용한 사격이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해당 해역이 자국 EEZ에 포함되며, 사격훈련이 주변을 항해하는 민간 선박 등에 위험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인명이나 선박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중국 함정은 사격 직전 인근 선박에 무선으로 훈련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포착된 중러 함정들은 지난 16일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 해역을 남쪽으로 통과했던 함정들과 동일하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제2수상전대 소속 구축함 ‘사미다레’를 투입해 경계·감시와 정보 수집 활동을 벌였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영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에어쇼 참석 기간 이번 사안을 언급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그는 중러 양국이 최근 일본 주변에서 폭격기 공동비행과 해군 연합훈련을 반복하며 군사적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도 일본 주변에서 벌어지는 중러 군사 활동을 우려를 갖고 주시하겠다며 영공과 영해 주변의 경계·감시 및 정보 수집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번 행동을 단순한 일회성 훈련이 아니라 중러 양국이 서태평양에서 공동 작전 능력과 상호 운용성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일본의 항의를 거부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해군의 활동이 국제법과 국제관행에 부합한다며 일본이 외부 위협을 과장해 군사력 증강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특히 오키노토리시마를 독자적인 EEZ를 설정할 수 있는 ‘섬’이 아니라 ‘암초’로 규정하면서, 일본이 주변 해역에 EEZ를 주장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EZ는 영해와 달리 연안국의 완전한 주권이 미치는 공간은 아니다. 따라서 외국 군함의 항해나 군사훈련 자체가 곧바로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통합막료감부도 이번 사격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하지는 않고, 주변 선박의 항행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항의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법률적 위법성 여부와 별개로 중국 군함이 러시아 함정과 공동 항해하면서 일본이 EEZ로 관리하는 해역에서 실탄을 발사한 것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이는 중국이 일본의 해양 관할권 주장에 공개적으로 도전하는 동시에, 중러 해군이 일본 남서부와 서태평양 일대를 상시적인 공동 활동 무대로 만들 수 있음을 과시한 군사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오키노토리시마의 법적 지위를 부정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사격은 해당 해역에 대한 일본의 권원과 관리 능력을 시험하려는 성격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규모 충돌을 일으키지는 않으면서 군사 활동의 범위와 강도를 조금씩 확대해 상대국의 대응 수준을 탐색하는 이른바 회색지대 압박이 서태평양에서도 점차 일상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항해를 정상적인 군사 협력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변국에 충분한 예고와 신뢰 구축 조치 없이 실탄 사격과 전략자산 전개를 반복한다면 역내 긴장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국가들도 이를 일본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중러 군사협력이 한반도와 동중국해, 서태평양을 하나로 연결하는 형태로 확대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