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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07] 건국자들과 공동선 - ①

2026-07-22 08:27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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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필립 무뇨스 Vincent Phillip Muñoz is the Tocqueville Professor of Political Science and Concurrent Professor of Law at the University of Notre Dame. 토크빌 정치학 석좌교수


오늘날 미국 엘리트층을 지배하는 공적 철학은 현대 자유주의이며, 흔히 단순히 ‘자유주의’라고 불린다. 자유주의의 핵심은 두 가지 신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자유란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1992년 ‘가족계획연맹 대 케이시 사건’ 판결에서 표현했듯이, “자신의 존재와 의미, 우주와 인간 생명의 신비에 관한 개념을 스스로 규정할 권리”라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자유관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서로 경쟁하는 ‘선’에 관한 포괄적 관념들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된 자유주의는 상대주의적이며, 궁극적으로는 허무주의적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의지를 실재보다 우위에 있는 주권적 존재로 만든다. 인간이 공통으로 지니는 이성적이고 본질적인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공동선의 존재를 부정한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은 의지에 따른 개인적 선택이다. 곧 자기 자신과 실재에 관한 견해를 주장하고, 그렇게 설정한 세계관에 따라 자신의 삶을 형성하는 데 인간의 본질이 있다는 것이다.

자유주의가 내세우는 원리들이 이처럼 빈약한 만큼, 보수적 탈자유주의 지성 운동이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탈자유주의의 지적 오류는 현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 미국의 정치·헌정 전통에서 필연적으로 진화해 나온 결과라고 전제하는 데 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현대 자유주의는 그리스 전통과 성경 전통을 함께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적 탁월성에 관한 고귀한 이해를 제시했던 건국자들의 자연권 공화주의에서 현저히 이탈한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원리들을 폐기할 것이 아니라, 그 원리들이 지닌 탁월한 지혜를 회복해야 한다.

건국자들은 인간의 평등과 자유에 대한 자연권을 토대로 미국 독립혁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모든 인간은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본래부터 지배하도록 태어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평등하게 창조되었다.

평등을 인정한다고 해서 부모가 자녀에 대해 지니는 자연적 권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지배하는 통치 관계의 본보기로 삼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누구도 본성상 다른 사람에게 예속된 존재나 이등 시민으로 태어나지 않으며, 어느 인간도 본성상 다른 사람의 주인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토머스 제퍼슨은 1826년 7월 4일 세상을 떠나기 불과 며칠 전, 독립선언서가 천명한 “명백한 진리”에 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인류 대다수는 등에 안장을 얹은 채 태어나지 않았으며, 소수의 특권층 역시 장화를 신고 박차를 단 채,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그들을 정당하게 타고 다닐 준비를 갖추고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평등하다고 말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모든 면에서 동일하다는 뜻이 아니다. 제임스 윌슨은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말할 때, 이 평등을 인간의 덕성이나 재능, 기질 또는 성취에까지 적용하려는 것은 아니다.”

독립선언서와 헌법에 모두 서명한 여섯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윌슨은 계속해서 말했다.

“이 모든 면에서 인간들 사이에는 커다란 불평등이 존재하며, 사회의 위대한 목적을 위해서도 그러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 합당하다. 자연 세계에서뿐 아니라 도덕적·정치적 세계에서도 다양성은 아름다움의 중요한 일부를 이룬다. 아름다움에서 그러하듯 유익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재능과 기질과 성품에는 수많은 단계와 수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윌슨에 따르면 인간의 다양성과 차이는 개인들이 서로 의존하도록 만든다. 이는 공동체와 사회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인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어떤 개인도 다른 개인들이나 특정 정치공동체를 본성상 지배하도록 태어나지는 않는다.

제퍼슨은 1809년에 다음과 같이 썼다.

“아이작 뉴턴 경이 지성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났다고 해서, 그가 다른 사람의 인격이나 재산에 대한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인간이 본성상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말하는 것은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행동할 자유가 있다거나 도덕법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알렉산더 해밀턴과 미국 왕당파 새뮤얼 시버리 사이에서 1774년부터 1775년까지 벌어진 소책자 논쟁은 건국자들이 인간을 구속하는 도덕법을 인정했음을 보여준다.

독립을 추구하던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시버리는 ‘A. W. 파머’라는 필명으로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당신이 인류의 자연권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대중에게 명확히 밝혔기를 바란다. 자연 상태의 인간은 법과 정부의 모든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로 간주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약자는 강자에게 복종해야 한다. 나는 그러한 상태에 대해 격렬한 혐오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해밀턴은 「논박당한 농부」를 집필하면서, 시버리의 홉스적 자연권 설명이 자연권 사상을 왜곡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해밀턴은 다음과 같이 썼다.

“당신의 정치 원리와 홉스 씨가 주장한 원리 사이에는 매우 강한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주 쉽게 당신을 그의 제자로 오인할 수 있다.”

해밀턴은 홉스가 시버리와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의 인간을 다음과 같이 보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법과 정부의 모든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홉스에 따르면 도덕적 의무는 시민사회의 도입에서 생겨난다. 따라서 순전히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덕, 곧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가들이 고안한 장치 이외에는 어떠한 덕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밀턴은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시대의 선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이론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우리가 하느님과 서로에 대해 맺고 있는 관계로부터, 신께서 영원하고 불변하는 법을 제정하셨다고 생각했다. 이 법은 어떠한 인간 제도보다 앞서며, 모든 인류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법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해밀턴은 자연법이 “세계 전역의 모든 나라에서, 모든 시대에 걸쳐 구속력을 지닌다”고 썼다. 자연법은 “세계를 다스리시며 당신 피조물들의 행위를 규율하는 법을 세우신 최고 지성”의 도덕법이다.

인간이 이 법의 지배를 받는 까닭은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의무와 이익에 부합하는 것들을 식별하고 추구할 수 있도록 이성적 능력을 부여하셨으며, 인신의 자유와 인신의 안전에 관한 침해할 수 없는 권리를 주셨기” 때문이다.

해밀턴은 인간의 자연권이 바로 이 자연법에 의존한다고 결론지었다.

“인류의 자연권은 자연법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자연 상태에서도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또는 자유를 빼앗을 도덕적 권한을 지니지 않았다. 또한 혈족의 유대에서 발생하는 권한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에게 명령하거나 복종을 요구할 어떠한 권위도 지니지 않았다.”

건국자들은 모든 자연법 사상가가 동의하는 전제를 받아들였다. 곧 옳고 그름에 관한 도덕법이 존재하며, 모든 인간은 마땅히 그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국자들은 자연법의 배후에 있는 권위를 해밀턴의 표현에 따라 ‘최고 지성’ 또는 ‘신’이라고 불렀으며, 독립선언서의 표현에 따라 ‘창조주’이자 ‘세계의 최고 심판자’라고 불렀다.

현대 자유주의는 창조에 아무런 목적이 없다고 전제하며, 그 결과 인간의 본질은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의미를 창조하는 데 있다고 본다. 그러나 건국자들은 인간 본성을 관찰하고 성찰함으로써 기본적인 도덕적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도덕적 진리란 인간이 자유롭고 이성적인 존재이며, 자연법의 한계 안에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다스리도록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제퍼슨이 「버지니아 종교자유법」에서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정신을 자유롭게 창조하셨다”고 선언했을 때, 이는 인간이 자기 마음대로 도덕을 만들어 낼 자유가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제퍼슨과 건국자들이 말한 것은 인간의 정신이 자신 앞에 제시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증거를 따르며, 인간은 자신의 격정에 노예로 예속되어 있지도 않고 본능에 의해 결정론적으로 지배되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자유는 정의의 원리를 표현하고 토론하며, 비록 불완전하게나마 도덕적으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하고, 그 후 도덕적으로 올바른 방식으로 행동하기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1776년 당시 이러한 자유는 바로 인간의 이 같은 능력을 억압하던 국왕의 지배를 떨쳐버리는 것을 의미했다. <계속>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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