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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국적 화교 여성, 나토 사령부서 간첩 혐의로 체포

2026-07-29 22:15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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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검찰, “제3국 위한 첩보·범죄조직 가담 혐의” 수사

독자 제공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본부 - 독자 제공

벨기에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본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캐나다 국적의 화교계 여성이 간첩 활동 혐의로 체포됐다.

피의자가 나토 내부의 정보기술 부서에서 근무한 데다 여러 국제기구와 캐나다 정부기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 안보 당국의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벨기에 당국은 지난 7월 25일 캐나다 국적 여성 1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벨기에 연방검찰청은 28일 법원이 피의자에 대한 석방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재판 전 구금 기간을 한 달 연장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24시간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과 벨기에·네덜란드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피의자는 ‘클레어 Z.’로 알려진 30대 화교계 여성이다. 그는 벨기에 몽스에 있는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부(SHAPE)의 IT 부서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이 여성에게 “제3국을 위한 첩보 활동과 범죄조직 가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벨기에 당국은 해당 ‘제3국’이 어느 나라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중국 당국이나 정보기관과의 구체적인 연계 여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인턴 종료 직전 수사 본격화

탐사보도 매체 ‘팔로 더 머니’와 벨기에 매체 르수아르, 크나크, 프랑스 매체 라 레트르의 공동 취재에 따르면, 클레어 Z.는 인공지능을 연구한 컴퓨터과학 전공자다.

그는 2022년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여러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하며, 2025년 7월 SHAPE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당초 6개월이었던 인턴 기간은 1년으로 연장됐다. 수사 당국은 그의 인턴십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자 수사 속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7월 23일 몽스에 있는 그의 숙소와 북아프리카 관련 업무를 수행하던 근무지를 압수수색했으며, 다음 날 신병을 확보했다. 이후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구금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보안 절차 등에 과도한 관심 보인 정황

공동취재에 응한 보안 관계자들은 클레어 Z.가 인턴으로 근무하는 동안 SHAPE 내부 방첩 부서의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방첩 부서는 관련 정보를 벨기에 군사정보기관인 정보·안보총국(ADIV)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그의 행동과 태도가 일반적인 나토 인턴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관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가 나토 시설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보안협정 위반 상황을 가정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수사 당국은 의심을 불러일으킨 구체적인 행동이나 피의자가 실제로 수집한 정보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보안 전문가들은 나토 본부에서 근무하는 인턴이라도 직원들의 이름과 신원, 내부 보안 절차, 건물 구조, 경호 동선, 감시카메라 위치 등 외국 정보기관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인턴 신분으로 실제 군사기밀이나 작전정보에 접근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나토의 기밀 정보는 업무상 반드시 해당 정보를 알아야 하는 사람에게만 접근을 허용하는 ‘니드 투 노’ 원칙에 따라 관리된다.

SHAPE 대변인 마틴 오도널은 “현재 나토나 SHAPE의 작전 준비태세, 지휘통제 체계 또는 수행 중인 임무가 불리한 영향을 받았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캐나다가 보안검증 승인

이번 사건은 피의자가 캐나다 당국에서 발급한 보안 허가를 받아 나토 인턴으로 선발됐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나토 인턴에 대한 신원조회와 보안검증은 일반적으로 해당 인턴의 국적국이 담당한다.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 게리 아난다상가리는 기자회견에서 “기존 절차와 보안검토 과정에 대해 계속 조사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피의자의 신원과 경력을 확인했는지, 보안 허가 과정에서 외국 정부 또는 기관과의 연계 가능성을 검토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피의자의 변호인은 언론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ESA·WTO 등 국제기구 근무 경력

클레어 Z.는 SHAPE에 들어가기 전에도 여러 국제기구와 정부기관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따르면 이탈리아에 있는 유럽우주국(ESA) 연구센터에서 약 10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했으며, 스위스의 세계무역기구(WTO)와 캐나다의 여러 정부기관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

수사 당국은 피의자가 과거 근무지에서도 정보를 수집했는지, 국제기구 근무 경력을 이용해 특정 국가를 위한 정보활동을 수행했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순히 여러 국제기구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 간첩 활동을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피의자가 어떤 정보를 수집했는지,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지시나 대가를 받았는지 등이 규명돼야 한다.

중국 연계 가능성에 쏠리는 시선

일부 보안 관계자와 현지 언론은 피의자가 중국계라는 점과 중국 정보기관의 해외 정보수집 방식 등을 근거로 중국과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보안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자국 국적자가 아닌 화교나 중국계 외국인을 정보수집과 영향력 활동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적자가 아닐 경우 중국 정부와의 공식적인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드러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벨기에 검찰은 피의자가 중국을 위해 활동했다고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피의자가 중국계라는 사실만으로 중국 정부 또는 중국공산당과의 관계를 추정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필요하다.

주벨기에 중국대사관은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국 시민이 연루된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토와 EU는 외국 정보기관의 핵심 표적”

벨기에 국방장관 테오 프랑켄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방첩 활동이 국가안전보장청과 군사정보기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프랑켄 장관은 “벨기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적으로 중요한 외교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만큼 첩보 활동이 매우 빈번하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벨기에에는 나토 본부와 유럽연합 주요 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외국 정보기관들이 외교관, 연구자, 기업인, 인턴 등을 활용해 정보수집에 나설 위험성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앤트워프대학교의 정보·대테러 전문가 케네스 라소엔은 벨기에 공영방송 VRT와의 인터뷰에서 “나토와 유럽연합은 전략적 경쟁국들의 주요 정보 목표”라며 “이들 기관이 벨기에 영토에 있는 만큼 유사 사건의 발생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 내부에는 국방계획과 장비 조달을 포함해 전략적·전술적 가치가 있는 정보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 정보기관이 인턴에게 특정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하거나, 장기적으로 더 높은 직급의 인물에게 접근하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은 국제기구의 인턴 선발과 보안검증 체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정보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민감한 안보기관 내부에서 어떤 수준의 접근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수사기관이 제기한 혐의와 익명의 보안 관계자들이 전한 정황이 대부분이다. 피의자에게는 법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향후 수사의 핵심은 실제 정보수집 행위와 외국 정부 또는 정보기관의 지시·연계 여부를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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