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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북한이 말하는 ‘준법기풍’

2026-07-29 22:19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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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치가 아니라 복종의 집단화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노동신문이 ‘준법기풍’을 내세우며 각 지역과 생산단위에서 법무교양을 강화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기사에 등장하는 준법의 모습은 법에 따라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당의 지시를 모든 주민에게 일률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조직적 통제와 사상동원의 성격이 짙다.

노동신문은 “일군들이 하나와 같이 발동될 때” 준법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회주의법무생활지도위원회 위원들에게 단위를 분담시키고, 매주 활동 내용을 파악하며, 준법교양이 어느 장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까지 조사했다고 밝힌다. 책임일군들의 활동을 장악하고 총화하는 체계도 빈틈없이 세웠다고 자랑한다.

이는 법을 자발적으로 존중하는 시민사회의 모습이라기보다 상급기관이 하급단위를 감시하고 실적을 평가하는 행정적 동원체계에 가깝다. 법을 이해하고 권리를 행사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누가 교육에 빠졌는지, 어느 단위가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는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준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당의 지시에 대한 복종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다.

조양탄광 사례도 마찬가지다. 노동신문은 법무해설원들의 사업을 “깐깐히 료해”하고, 준법교양의 결과를 “맵짜게 총화”했다고 소개했다. 사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계획을 형식적으로 세운 간부들을 엄격히 비판하고 노동행정규율을 강화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법이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것이라면 노동자는 부당한 작업지시와 과도한 노동, 안전하지 않은 작업환경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당국과 기업 책임자가 노동자의 안전과 생계,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는지부터 검증해야 한다.

노동신문 기사에는 주민이 국가기관의 잘못에 항의하거나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북청군이 최근 4년간 모범준법단위를 10여 개에서 430여 개로 늘렸다는 주장도 북한식 실적주의의 단면을 보여준다. 모범준법단위 칭호를 놓고 경쟁시키고, 경험발표회와 자료전시회, 예술소품공연까지 동원한 것은 준법이 또 하나의 정치행사와 충성경쟁으로 변질됐음을 드러낸다.

법치주의의 수준은 ‘모범’ 칭호를 받은 단위가 몇 개인가로 측정할 수 없다.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지, 권력자의 불법을 처벌할 수 있는지, 주민이 공개재판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지, 국가의 부당한 처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국가가 법을 앞세워 주민만 통제하고 정작 권력은 법 위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지배에 불과하다.

노동신문이 말하는 ‘일치한 행동통일’ 역시 문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법의 목적을 개인의 존엄과 권리 보호가 아니라 모든 주민을 하나의 행동방식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데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의견과 문제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행동통일’은 결국 침묵과 복종을 강요하는 구호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준법기풍을 세우려 한다면 주민을 교육하고 감시하기 전에 국가권력부터 법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형식적인 법무해설과 모범칭호 경쟁을 중단하고, 독립적인 재판과 적법절차, 노동자의 권리, 주민의 자유로운 이의제기를 보장해야 한다.

권력은 책임지지 않으면서 주민에게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체제에서 ‘준법’은 정의의 언어가 아니라 통치와 억압의 도구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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