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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평양 매대에 오른 지방제품

2026-07-31 22:24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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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감춘 ‘지방발전’의 불편한 진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노동신문이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평양의 주요 상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를 김정은 정권의 ‘지방발전정책’이 거둔 성과로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기사에 등장하는 몇몇 상점의 진열 풍경과 주민들의 반응만으로 북한 전역의 지방경제가 실질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노동신문은 평양지하상점과 광복지구상업중심 등에 은파군, 재령군, 성천군, 연탄군 등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한 비누와 세척제, 식료품, 가구 등이 진열됐으며, 평양시민들이 이를 즐겨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제품과 중앙제품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질이 향상됐다는 상점 관계자의 발언도 소개했다.

하지만 기사는 정작 정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생산량과 판매량, 가격, 주민 소득, 원자재 공급, 공장 가동률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손님들이 좋아한다”, “주문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는 식의 일화적 증언만 반복할 뿐이다.

특히 일부 지방제품이 평양의 유명 상점에 공급됐다는 사실은 지방 주민의 생활이 향상됐다는 증거라기보다, 오히려 북한 경제가 여전히 평양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에서 생산한 물품이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되는지, 주민들이 그 제품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지는 기사에서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북한은 “중앙이 지방을 부러워하게 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정책의 성과를 선전하는 무대는 어김없이 평양이다. 지방공업의 성공을 입증하기 위해 지방 주민의 생활이나 지역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수도 상점의 진열대를 내세운 것 자체가 중앙과 지방의 뿌리 깊은 격차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제품의 품질에 대한 주장도 검증이 필요하다. 노동신문은 공장 이름을 확인하기 전에는 중앙과 지방제품을 구별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지만, 품질검사 기준이나 소비자 불만, 반품률, 생산 원가와 같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가 유통과 언론을 독점하고 있는 체제에서 판매원과 기관 일군의 칭찬만으로 제품의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방공업공장의 지속 가능성 역시 문제다. 공장 건물을 새로 짓는 것과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력과 원료, 설비 부품, 포장재, 운송수단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준공식 이후 생산이 줄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공장의 실제 가동 일수와 원료 조달 방식, 노동자 임금과 유통 비용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김정은 정권이 추진하는 지방발전정책은 주민 생활 개선보다 지도자의 치적을 과시하는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활용될 위험도 크다. 각 지역에 비슷한 형태의 공장을 세우고 단기간에 성과를 요구할 경우, 지방기관과 주민들에게 자재와 노동력, 각종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외형적인 준공 실적이 실제 소비생활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무엇보다 주민 생활의 향상은 상점 매대에 제품이 놓였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하고, 필요한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도 경쟁과 책임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계획경제와 당 중심 통제체제에서는 생산자도 소비자도 자율적인 선택권을 갖기 어렵다.

노동신문은 평양 상점에 늘어난 지방제품을 “당 정책이 안아온 지방 진흥의 산 화폭”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몇몇 전시성 매대와 선별된 칭찬만으로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미화한 선전이다.

진정한 지방발전은 지도자의 지시나 선전문구가 아니라 주민들의 소득, 영양 상태, 주거환경, 의료와 교육, 상품 접근성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개선됐는지를 통해 입증돼야 한다.

북한 정권이 이러한 객관적 지표는 공개하지 않은 채 평양의 진열대만 보여주는 한, ‘지방진흥’은 주민의 삶을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체제의 성과를 연출하기 위한 또 하나의 선전사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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