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사실을 허구처럼 보이게 한다. 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렸다고 확신하며, 그것이 위대한 초상화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 그림이 보관된 전시실에 가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 군단을 보고 나면, 그 모든 것이 사기극처럼 느껴진다. 콜로세움, 시스티나 경당,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도 마찬가지다.
그 주변을 소 떼처럼 무심히 어슬렁거리는 사람이 충분히 많으면, 이 모든 것은 내게 가짜처럼 보인다. 그토록 목적 없는 군중 앞에서는 아무것도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로 그 모든 경이로움과 홀로 마주할 때면, 내가 허구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조차 설명할 수 없는 현실성을 띠게 된다.
한번은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남부, 저 아래 칼라브리아 지방을 자동차로 여행하고 있었다. 관광객이 없고 허구가 끊임없이 사실이 되는 곳이다. 우리는 작은 마을 시바리스를 막 떠나 농촌 지역으로 들어선 참이었다. 그때 뒷좌석에 앉아 있던 두 살배기 딸아이가 당장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쌍둥이 남자아이도 동의했다. 둘 다 즉시 화장실이 필요했다.
평생 나는 렌터카 좌석에 누군가 소변을 본 일을 겪은 적이 없었고, 그 기록을 계속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가게 하나 없었다. 좁은 시골길에는 차를 세울 공간조차 없었다.
1마일쯤 더 가자 낡은 노란색 표지판이 나타났다. 고고학 유적 지대(Zona Archeologica)
나는 차를 돌렸다. 다시 반 마일쯤 가자 또 다른 표지판이 나왔다. 우리는 비포장도로를 빠르게 달렸다. 길은 현대식 농가 앞에서 끝났다. 나는 시동을 끄고 뛰어내려 아이들의 안전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존, 여기는 누군가의 앞마당이야.” 아내가 말했다. “이 집 진입로라고.”
“아니야. 저쪽에 고고학 유적지 표지판이 보여.” 나는 한 아이를 차에서 내리고 다른 아이의 벨트를 풀면서 말했다. “어쨌든 이보다 나은 곳은 없을 거야.”
나는 아이들을 큰 덤불 뒤로 데려가 볼일을 보게 했다. 흙길 하나가 오래된 돌담을 지나 메마른 지중해성 관목지 안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바지를 다시 입자마자 아이들은 그 길을 따라 달려갔다. 캐서린은 아기를 차에서 꺼내 아이들을 따라갔고, 나는 그 자리에 홀로 남았다.
그리고 나는 곧 그곳이 무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곳은 트로이 목마를 만든 사람의 무덤이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그 말의 첫 글자들이 저절로 대문자가 되었다. 고고학 발굴 결과를 요약한 안내판에서 마주할 법한 사실이라기보다, 마치 어떤 작품의 제목이나 허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유적지를 연구한 고고학자들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이곳은 에페이오스의 무덤이었다. 그는 『아이네이스』에서 “ipse doli fabricator Epeos”, 곧 “바로 그 기만의 제작자 에페이오스”라고 언급된다. 그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도 등장한다. 에페이오스는 오디세우스가 생각해 낸 목마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자신과 함께 그 안에 숨어들 스물아홉 명의 전사도 직접 골랐다.
그 뒤 그는 그리스에서 원정대를 이끌고 와 시바리스 인근에 도시를 세웠으며, 그곳에 아테나 신전을 건립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으로 전해지지만 실제로는 아닐 가능성이 큰 『기이한 이야기들』에 따르면, 그 신전에는 에페이오스가 트로이 목마를 만들 때 사용한 연장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나는 그 도시의 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농구공과 비슷한 크기와 모양의 바위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다듬은 돌 하나 없는, 명백히 원시적인 유적지였다. 돌들은 작은 윤곽들을 이루고 있었고, 각각의 윤곽이 하나의 무덤이었다. 중앙에는 커다란 무덤이 하나 있었고, 그 주변을 작은 무덤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마치 죽은 이들이 무덤의 냉기 속에서 서로 가까이 모여 있으려 했던 것처럼 보였다.
고고학자들은 바로 위쪽에서 신전 복합 유적을 발견했고, 그곳에는 아테나에게 봉헌한 명문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중앙의 커다란 무덤을 발굴하여 단검 한 자루와 여러 연장을 발견했다. 망치와 끌, 그리고 이탈리아어 이름만 보아서는 내게 별 의미가 없었던 다른 물건들이었다. ‘매달기용 고리’와 ‘철사 나선’ 같은 것들이었다. 이런 물건들은 저명한 고대인의 무덤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물들이 아니다.
캐서린과 아이들이 길을 따라 돌아오고 있었다. 트로이 전쟁에 관한 모든 이야기 가운데서도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가장 사실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내 앞에는 전형적인 헤로온의 형태가 놓여 있었다. 헤로온은 한 영웅을 기리는 사당으로, 후대 사람들은 위대한 인물의 그늘 아래 묻히기를 바라며 그 주변에 무덤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위대한 인물의 무덤에는 칼도, 방패도, 황금도 없었다.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은 오래된 쇠 연장 몇 점뿐이었다.
마땅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고고학적 발견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에페이오스의 무덤’을 검색해 보라.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볼거리가 대단한 무덤은 아니었다. 투탕카멘의 가면도 없고, 청금석이나 황금도 없었다. 돌무더기 원으로 둘러싸인 늙은 목수의 연장들뿐이었다.
나는 몸을 굽혀 늙은 에페이오스를 덮고 있는 흙을 만졌다. 그는 조금도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나만큼이나 실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 일이 칼라브리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칼라브리아는 허구가 현실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센차에 머물면서 서고트족의 알라리크가 로마 약탈로 얻은 전리품을 가득 싣고 가다가 갑자기 이곳에서 병들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고트족은 강의 물줄기를 돌리고, 강바닥에 그를 보물과 함께 묻은 다음, 도굴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다시 무덤 위로 물을 흘려보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사실이었을까? 알라리크는 물고기들과 함께 잠들어 있는 것일까?
에페이오스의 무덤 위쪽 산악 지대에서 우리는 산 로렌초 벨리치라는 마을에 머물렀다. 오래된 돌집들로 이루어진 이 마을은 80퍼센트가 버려진 상태였고, 전체 집의 3분의 1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채였다. 금발의 어린아이 셋을 데리고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하자, 노인 스무 명 남짓이 밖으로 나와 우리가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내가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했는데도 그들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또한 허구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도저히 믿지 않을 수 없는 모든 허구 가운데 가장 경이로운 것은 트로이 전쟁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들과 홀로 마주할 때마다, 그것들은 현실처럼 느껴지는 무언가로 나의 상상력을 가득 채운다.
트로이 유적지에서 해변까지 걸어 내려가 홀로 앉아, 파도가 버려진 모래사장을 쓸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라. 그러면 그 모든 것이 실제처럼 느껴질 것이다.
수니온곶에 홀로 앉아 보라. 그러면 저 멀리 트로이의 함락을 알리는 봉화가 타오르는 모습이 거의 눈에 보이는 듯할 것이다.
칼라브리아에서 그저 화장실을 찾다가 길을 잘못 들기만 해도, 잊히고 방치된 무덤 하나가 신화를 현실처럼 느끼게 해 줄 수 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