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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물놀이장 ‘군중’은 누구인가

2026-08-05 08:22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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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부러움 없는 북한의 두 얼굴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매체들이 또다시 화려한 물놀이 장면을 내보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는 지난 2일 평양 문수물놀이장이 무더위를 피하려는 주민들로 붐빈다고 선전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역시 “전국 각지에서 끊임없이 찾아오는 근로자들로 흥성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면만 보면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가족과 함께 물놀이장을 찾고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먼저 물어야 한다. 화면 속 ‘주민’은 과연 누구인가. ‘전국 각지의 근로자’는 도대체 어떤 노동자들인가.

북한 주민들에게 국내 여행은 자유로운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대한민국 통일부 북한정보포털도 북한 주민의 개별 관광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지역을 이동하려면 출장·단체답사·견학 등의 사유와 여행증명서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돈이나 뇌물을 통해 이동 허가를 얻는 일까지 벌어진다는 것은 여행과 휴식조차 권력과 경제력에 따라 배분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문수물놀이장을 찾는 사람들은 평양의 간부층과 기관 종사자, 돈을 가진 신흥 부유층, 당과 직장에서 선발된 모범근로자와 공로자, 조직적으로 동원된 학생과 노동자일 가능성이 크다. 원산갈마지구의 ‘전국 노동자’ 역시 누구나 휴가를 신청해 자유롭게 찾아온 사람들이라기보다 기관과 기업소가 선발하고 당국이 이동을 승인한 단체 관광객들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함경북도의 광산노동자나 양강도의 벌목공, 협동농장의 농민, 배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방 공장 노동자가 가족과 함께 자유롭게 기차표를 사고 호텔을 예약해 원산의 해변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이동 허가와 교통비, 숙박비, 음식값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북한 당국은 정작 이러한 기본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

원산갈마지구는 처음부터 주민의 보편적 휴양권보다는 관광산업과 외화 획득을 겨냥한 김정은의 대표 사업으로 추진됐다. 북한 관광정책이 국제제재 아래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단으로 강화됐으며, 문수물놀이장·마식령스키장·양덕온천 같은 대형 시설도 그 과정에서 건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 기막힌 것은 이 화려한 관광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 군인과 각 지역 주민들의 노동력이 동원됐다는 증언이다. 일부 북한 주민들은 원산갈마지구를 자신들의 생활과 동떨어진 외화벌이 사업으로 인식하며, 각 도 주민들이 건설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시설을 세울 때는 주민들을 동원하고, 완공된 뒤에는 일부 선발된 사람을 카메라 앞에 세워 전체 인민이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선전하는 셈이다.

북한의 물놀이 선전에서 중요한 것은 물놀이가 아니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사람들이다. 강제노동과 생계난에 시달리는 주민, 여행증명서를 구하지 못한 지방 주민, 하루 벌어 하루를 견디는 장마당 상인, 농촌과 탄광에서 휴일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화면 밖으로 밀려난다.

북한 당국은 수영장에 들어간 수백 명을 보여주면서 수천만 주민이 행복하다고 주장한다. 해변에 모아놓은 몇 개 단체를 촬영하고는 전국의 노동자들이 휴양을 즐긴다고 말한다. 이는 복지가 아니라 연출이며, 휴양이 아니라 체제 선전이다.

진정한 인민의 물놀이장이라면 누구나 신분과 충성도, 거주지와 경제력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행 허가증 없이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으로 교통·숙박·이용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카메라가 없는 날에도 주민들이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문수물놀이장과 원산갈마지구의 화려한 물결은 북한 주민 전체의 행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휴식과 여가마저 권력에 의해 배급되는 북한 사회의 계급적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북한 당국은 몇 장의 웃는 사진으로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가릴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물놀이장의 물은 맑을지 몰라도, 그곳을 둘러싼 선전의 의도는 결코 맑지 않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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