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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음악도 오직 당의 의도대로”

2026-08-09 16:41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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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 국립교향악단에 다시 채워진 ‘사상의 족쇄’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김정은이 창립 80주년을 맞은 국립교향악단에 축하 서한을 보내며 “음악 예술은 국가발전의 위력한 추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예술의 창조성과 자율성보다는 철저한 당성, 다시 말해 음악을 노동당의 정치적 목적에 복무시키라는 요구에 가깝다.

김정은은 국립교향악단의 80년 역사를 평가하면서 “우리 당과 사회주의를 칭송하는 노래”와 “혁명을 고무 격려”한 활동을 대표적 성과로 내세웠다. 특히 국립교향악단이 지난 80년 동안 만들어온 작품과 공연을 통틀어 ‘사회주의교향곡’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북한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 수준의 예술단체조차 독립적인 문화기관이 아니라 체제 선전과 주민 사상교육을 수행하는 정치기관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서한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앞으로의 창작 방향을 주문하는 부분이다. 김정은은 국립교향악단 예술인들에게 “당의 문예 정책을 가장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창작창조사업을 오직 당의 의도대로만 진행”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예술가에게 ‘오직 당의 의도대로’ 작품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창작의 자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예술적 상상력이나 개인의 감정,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보다 당이 요구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작품의 최우선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또 음악창작에서 “사상예술성, 시대성, 인민성”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북한에서 말하는 ‘사상성’의 실질적인 기준이 노동당과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국립교향악단의 출발부터 이러한 성격은 뚜렷하다. 김정은의 서한 역시 악단이 1946년 8월 8일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연주하며 탄생했다고 강조한다. 국가 최고 교향악단의 역사가 처음부터 최고지도자 우상화 음악과 결합돼 있었다는 사실을 북한 스스로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북한에도 뛰어난 연주가와 지휘자, 작곡가들이 존재하며 오랜 기간 축적된 연주기술과 음악적 전통 자체까지 부정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예술적 재능과 역량이 자유로운 창작보다 정치적 충성 경쟁의 틀 안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서한에서 예술인들이 “그 어떤 보수와 평가도 바람이 없이 당과 조국을 예술로써 받들려는” 자세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술가에게 합당한 보상보다 무조건적인 헌신을 미덕으로 강조하는 논리는 북한 사회 전반에서 반복되는 ‘충성’과 ‘희생’ 중심의 통치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예술인은 국가나 권력자의 선전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창작자다. 때로는 사회의 기쁨을 노래하고, 때로는 고통과 모순을 드러내며, 심지어 권력에 질문을 던지는 것도 예술의 역할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허용되는 음악은 사실상 한 방향을 향한다. 지도자를 찬양하고, 노동당을 칭송하고, 체제를 미화하며, 주민들에게 희생과 충성을 독려하는 음악이다. 그 결과 ‘인민을 위한 예술’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인민 개개인의 자유로운 감정과 목소리는 작품에서 사라지는 역설이 나타난다.

특히 김정은이 “혁명의 노래, 열정의 음악을 투쟁과 창조의 진군가로 울리라”고 주문한 대목은 북한에서 음악이 어떤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음악은 휴식과 위로, 인간적 성찰의 공간이 아니라 또 하나의 ‘투쟁 수단’이 된다.

80년 역사를 가진 국가 교향악단이라면 이제 세계의 다양한 음악과 교류하고 새로운 예술적 실험을 시도하며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평가받을 때도 됐다. 하지만 김정은이 제시한 향후 80년의 방향 역시 ‘당의 의도’와 ‘혁명의 진군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국립교향악단의 창립 80주년은 북한 음악인들의 재능과 노력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날이다. 동시에 그 재능이 왜 80년 동안 정치적 목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는지를 돌아봐야 할 날이기도 하다.

진정한 예술의 전성기는 최고지도자의 축하 서한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예술가가 당의 지시가 아니라 자신의 양심과 상상력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하고 창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오직 당의 의도대로’라는 한 문장이 존재하는 한, 북한이 아무리 ‘주체 예술의 전성기’를 외쳐도 그 무대 뒤에는 여전히 예술가들에게 채워진 사상의 족쇄가 보일 수밖에 없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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