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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김치 몇 종류 늘었다고 ‘인민생활 향상’인가

2026-08-09 17:05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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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매대 뒤에 가려진 북한의 식생활 현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매체가 평양 화성김치공장의 제품들이 시민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며 또다시 ‘인민생활 향상’을 선전하고 나섰다. 깍두기와 총각김치, 오이소박이, 장절임 등 수십 가지 제품이 생산되고 봉사매대마다 구매자들로 흥성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사를 들여다보면 정작 주민들의 실제 식생활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는 없고, 김정은의 ‘령도사적’과 공장 현대화를 찬양하는 내용만 반복된다.

조선신보는 8일 화성김치공장 제품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평양 시내 여러 봉사매대가 제품을 사려는 주민들로 붐빈다고 보도했다. 공장이 콩나물 물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오이소박이, 각종 절임류 등 수십 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젖산균을 이용한 김치 생산방식까지 확립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런 보도가 북한 주민 전체의 식생활 현실을 설명해주는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평양의 특정 공장에서 몇 종류의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일부 매대에서 판매가 이뤄진다는 사실과 북한 주민 전반의 식생활 수준이 향상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주민이 이 제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지, 가격이 일반 노동자의 소득 수준에서 감당 가능한지, 평양 이외 지역에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더구나 북한 매체의 보도는 식품 생산이라는 일상적인 경제활동조차 최고지도자의 ‘은덕’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우상화 서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사에는 김정은이 직접 공장 건설을 발기했고, 2016년과 2017년 현지 지도를 통해 자동화와 생산 확대를 가르쳤다는 대목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김치 생산량이나 가격, 원료 공급, 유통 효율보다 지도자의 방문과 지시가 공장의 존재 이유처럼 묘사된다.

정상적인 경제라면 식품공장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은 기업과 기술자의 당연한 역할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김치 한 포기, 절임 한 병까지 최고지도자의 업적으로 치환된다. 경제적 성과가 시장의 수요와 생산성, 주민의 구매력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애민정치’를 증명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셈이다.

특히 “봉사매대들이 매일같이 흥성인다”는 표현도 북한 선전매체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전형적인 장면 연출에 가깝다. 매대를 찾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만으로는 공급이 충분한지,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식품을 구매하고 있는지, 생활수준이 개선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진짜 중요한 것은 매대 앞의 사람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식탁이다.

평양의 현대화된 공장 하나가 아니라 지방 도시와 농촌 주민들에게까지 다양한 식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지, 주민들의 실질소득이 식료품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원료 농산물이 계절과 지역에 관계없이 원활하게 공급되는지부터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선전은 이런 질문에는 침묵한다.

수십 종류의 김치를 생산한다는 화려한 설명은 있지만 주민 한 명이 한 달에 얼마만큼의 식료품을 구매하는지, 지역 간 공급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식품 가격이 주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객관적 통계 대신 ‘흥성이는 매대’, ‘맛좋고 영양가 높은 제품’, ‘인민들이 선호하는 제품’이라는 선전문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결국 화성김치공장 보도는 북한 경제선전의 오래된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부 모범 공장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이를 최고지도자의 치적으로 포장한 뒤 마치 전체 주민생활이 개선된 것처럼 확대해석하는 방식이다.

김치의 종류가 늘어난 것은 그 자체로 나쁜 일이 아니다. 식품 생산기술의 발전 역시 주민생활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몇 개의 봉사매대와 수십 종류의 김치가 한 사회의 식생활 수준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북한 당국이 진정 ‘인민생활 향상’을 말하고 싶다면 지도자의 현지지도 사진과 찬양부터 내세울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실질소득과 식료품 가격, 지역별 공급량과 영양상태 같은 객관적인 지표부터 공개해야 한다.

김치공장의 매대가 아무리 흥성인다 해도 그것만으로 북한 주민 전체의 밥상이 풍성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주민생활은 선전문구가 아니라 주민들의 실제 식탁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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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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