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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중국 대륙에서 대만으로 이주한 뒤 신주민 관련 단체를 이끌어 온 쉬춘잉(徐春鶯)이 중국 측 인사들의 지시를 받아 대만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대만 사회 내부의 중국 출신 주민단체와 인적 네트워크가 중국 측의 정치적 영향력 공작에 이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대만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제공된 신베이지방법원 판결 내용에 따르면 쉬춘잉은 1998년 대만에 입경한 이후 대만신주민발전협회 이사와 중화양안혼인연맹 이사장 등을 맡으며 중국 대륙 출신 배우자 사회에서 활동해 왔다.
쉬춘잉은 양안 혼인 관련 단체를 이끌던 중진밍과 함께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 인사들과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쉬춘잉 등은 중국 민정부 계통의 해협양안혼인가정서비스센터 관계자 양원타오와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 이른바 ‘민혁’ 상하이시위원회 관련 인사 쑨셴 등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혁은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의 정치체제와 통일전선 활동에 참여하는 이른바 민주당파 가운데 하나다.
법원은 쉬춘잉이 이들과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대만의 정치 상황과 선거 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황산산 지지 여부 중국 측에 보고…“지시받아 지원”
판결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대만 지방선거와 총통선거 과정에 대한 개입이다. 법원에 따르면 쉬춘잉은 2021년 5월 양원타오에게 당시 황산산 전 타이베이시 부시장이 차기 타이베이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 대륙 출신 배우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취지의 정보를 전달했다.
이에 양원타오는 쉬춘잉과 중진밍에게 황산산을 지지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쉬춘잉은 다시 쑨셴에게 황산산을 지지하겠다는 계획을 알렸고, 중국 측으로부터 이에 대한 승인 또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이후 쉬춘잉과 중진밍은 황산산을 지지하는 신주민 후원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2022년 9월 황산산의 선거본부 출범 행사에도 참석해 공개적으로 지지 활동을 벌였다.
단순한 개인적 정치 지지가 아니라 중국 측 관계자에게 후보 관련 정보를 보고하고 지지 여부를 확인받은 뒤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의 핵심이다.
커원저 대선 출마도 중국 측과 논의
쉬춘잉의 정치 활동은 2024년 대만 총통선거 과정으로도 이어졌다. 법원은 쉬춘잉이 2023년 1월 이후 당시 대만민중당 주석이었던 커원저 측과 접촉하면서 민중당이 신주민위원회를 구성하려 하고 자신을 위원장으로 영입하는 한편 비례대표 입법위원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 측에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쉬춘잉은 양원타오와 쑨셴 등에게 민중당과의 접촉 상황을 전달하고, 커원저의 총통선거 출마를 지원하는 것이 중국 측의 정책적 입장에 부합하는지 확인한 뒤 정치 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 대륙 출신 배우자들을 동원해 커원저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활동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쉬춘잉은 2023년 11월 민중당 기자회견에 참석해 커원저를 홍보하는 인터뷰를 했으며, 2024년 1월 12일 총통선거 전야 행사에서도 공개적으로 커원저 지지 활동을 벌였다.
법원은 이 같은 행위를 해외 적대세력의 지시를 받아 대만의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행위로 판단해 반침투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중국 측 인사 입국 위해 허위자료 제출
선거 개입 혐의뿐만이 아니었다. 쉬춘잉은 지인 뤄잉과 공모해 중국 측 인사 쑨셴의 신분과 활동 목적을 알고 있으면서도 뤄잉이 운영하는 회사 명의로 그를 대만에 초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실제 방문 목적과 다른 내용을 신고하고 허위 일정표 등을 제출해 대만 내정부 이민서로부터 입국허가를 받은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이를 통해 쑨셴은 지난해 10월 14일부터 24일까지 대만에 체류했다.
법원은 중국 측 인사의 실제 신분과 입국 목적을 은폐한 채 허위자료를 이용해 대만 입국을 가능하게 한 행위에 대해서도 양안 인민관계조례 위반죄를 인정했다.
2천456만 대만달러 규모 불법 환전도
쉬춘잉에게는 정치 관련 혐의 외에 금융범죄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정식 허가 없이 위안화와 미 달러화 등을 환전하는 이른바 지하 환전 업무를 처리했으며, 전체 환전 규모는 2천456만 대만달러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얻은 범죄수익도 21만 대만달러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은 이를 은행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또 뤄잉 등과 공모해 딸 명의의 노동보험 기록과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하고 이를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낸 사기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법원 “대만 자유 누리면서 적대세력 지시 따라 선거 개입”
재판부는 쉬춘잉과 중진밍의 행위를 무겁게 평가했다. 법원은 이들이 대만의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주의와 안정된 생활, 기본적 인권 보장을 누리면서도 중국 측 정치·행정기관과 연결된 인사들의 요구를 거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대륙 출신 배우자 사회에서 자신들이 가진 영향력을 이용해 중국 측의 지시 아래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대만의 선거 과정에 개입한 것은 대만의 헌정질서와 국가주권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외부 세력이 대만 내부의 사회단체와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한 것은 선거제도의 공정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법원은 쉬춘잉에게 반침투법 위반에 따른 타이베이시장 후보 지원 관련 혐의로 징역 2년, 총통 후보 지원·홍보 활동과 관련해 징역 2년 2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또 불법 지하 환전 혐의에 징역 1년 8개월, 공동 사기대출 혐의에 징역 1년 5개월, 중국 측 인사의 불법 입국을 지원한 혐의에 징역 1년 4개월 등을 선고하고 최종적으로 징역 7년을 집행하도록 결정했다.
함께 기소된 중진밍은 반침투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뤄잉에게는 공동 사기 및 중국 대륙 인사의 불법 입국 지원 혐의 등이 인정돼 최종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쉬춘잉의 딸은 범행을 인정하고 금융기관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1심으로 피고인들은 항소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의미는 단순한 개인의 간첩·불법행위 혐의를 넘어선다. 중국이 대만 내부의 신주민단체와 양안교류 조직, 정치권과의 접촉망을 이용해 선거와 여론 형성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만 사회의 오랜 우려가 실제 형사사건으로 법정에서 다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이 정치적 의견 표명 자체가 아니라 ‘중국 측에 정치 정보를 보고하고, 지시와 승인을 받은 뒤 대만의 특정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한 과정’을 문제 삼았다는 점은 중요하다.
대만이 중국의 군사적 압박뿐 아니라 자금·조직·인맥·사회단체를 이용한 이른바 ‘회색지대 침투’와 정치 영향력 공작을 국가안보 문제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판결로 평가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