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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김여정, IAEA 비핵화 요구를 ‘잡소리’로 폄훼

2026-09-17 15:50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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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보유국 지위 절대적” 주장하지만 국제사회 인정과는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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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비핵화 요구를 또다시 전면 거부하며 자신들의 핵무장을 국제사회가 받아들여야 할 ‘기정사실’로 주장하고 나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IAEA 제70차 총회에서 제기된 북한 비핵화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 요구를 ‘잡소리’, ‘잡음’ 등으로 폄훼하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가 “절대적이며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도 이날 김여정이 IAEA 총회의 북한 비핵화 논의를 비난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되돌릴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특히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자동응답기에서 밤낮 울려나오는 소리”에 비유하고,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을 ‘천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거친 표현과 별개로 북한의 핵무장을 둘러싼 국제적 법적·제도적 현실이 북한의 일방적 선언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제9조에서 ‘핵무기국’을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무기 또는 핵폭발장치를 제조하고 폭발시킨 국가로 정의한다. 따라서 북한이 헌법이나 국내법을 통해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선언한다고 해서 NPT 체제에서 인정되는 핵무기국 지위를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는 북한에 대해 모든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하도록 명시했다. 이 결의는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 직후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후의 대북 결의들도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요구를 이어왔다. 따라서 김여정이 말한 “법적으로 영구 고착된 핵지위”는 북한 내부의 법제화와 정치적 선언을 의미할 수는 있어도 국제사회가 북한을 합법적 핵무기국으로 승인했다는 뜻은 아니다.

IAEA가 올해 총회를 앞두고 제기한 문제도 단순한 ‘수사적 비난’에 그치지 않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이사회 연설에서 강선과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계속 가동되고 있으며, 북한의 무기급 핵물질 생산 확대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IAEA는 영변 5MW 원자로가 계속 가동되는 정황과 함께 경수로 역시 2026년 4월 말 이후 가동되고 있는 정황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영변에 새로 들어선 건물에서는 북한이 앞서 공개한 농축시설과 같은 종류로 보이는 원심분리기까지 포착됐다고 밝혔다.

IAEA 제70차 정기총회는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다. IAEA는 핵 비확산과 안전조치 검증을 수행하는 국제기구로서 북한 핵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있다. 김여정이 이를 ‘서방이 벌이는 회의판’ 정도로 묘사했지만, IAEA의 북한 핵 활동 평가는 위성영상과 공개정보, 시설 가동 정황 등을 토대로 한 기술적 감시 결과에 기반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의 존재 자체를 ‘평화와 안전에 대한 기여’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북한의 핵전력이 국제사회의 ‘횡포’를 억제하고 평화를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핵무장을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체제의 항구적인 일부로 규정하려는 기존 노선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대 자체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과 핵확산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번 김여정 담화가 보여주는 것은 비핵화 요구가 사라졌다는 현실이 아니라, 북한이 국제규범과 제재 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핵보유를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굳히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무기가 있으니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주장과 국제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북한이 국내법에 핵무력을 아무리 반복해 명문화한다고 해도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 비확산 체제의 요구까지 북한의 선언만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여정이 ‘잡소리’라고 깎아내린 것은 바로 그 국제규범의 목소리다. 그러나 IAEA가 올해 확인한 것은 말이 아니라 계속 확장되고 있는 북한의 핵시설과 핵물질 생산능력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조롱성 언어로 일축할수록 핵 문제의 본질, 즉 검증과 투명성을 거부한 채 핵무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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