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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인도, 멕시코, 아프가니스탄 등 23개국을 2027회계연도 ‘주요 마약 경유국 또는 주요 불법 마약 생산국(Major Drug Transit or Major Illicit Drug Producing Countries)’으로 지정했다.
미 백악관은 9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전인 15일 관련 대통령 결정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명단에는 아프가니스탄, 바하마, 벨리즈, 볼리비아, 미얀마, 중국,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아이티, 온두라스, 인도, 자메이카, 라오스, 멕시코, 니카라과, 파키스탄, 파나마, 페루, 베네수엘라 등 23개국이 포함됐다.
이번 지정은 「2003회계연도 대외관계 권한부여법」에 따른 연례 절차다. 미국 정부는 해당 국가가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반드시 그 정부의 마약 단속 의지나 미국과의 협력 수준이 낮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리적 위치와 교역구조,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해 마약 또는 마약 제조에 사용되는 전구체 화학물질의 생산·이동에서 중요한 통로가 될 경우에도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23개국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볼리비아, 미얀마, 콜롬비아 등 4개국에 대해서는 지난 12개월간 국제 마약금지협약상의 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별도로 판단했다. 백악관도 이들 4개국을 ‘의무 이행에 있어 명백히 실패한(failed demonstrably)’ 국가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에서 중국의 화학물질 공급망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각종 화학물질 가운데 일부가 펜타닐과 메스암페타민 등 합성마약 제조에 필요한 전구체로 불법 전용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발표한 국가마약통제전략 역시 중국에서 공급되는 전구체 화학물질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을 주요 대외 마약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 문제를 직접 제기했으며, 중국이 지난해 일부 전구체 화학물질의 북미 수출에 대해 허가를 요구하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한 점은 평가했다. 그러나 범죄조직들이 규제 대상이 아닌 다른 화학물질을 이용하거나 새로운 우회경로를 찾아내고 있어 현행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 정부에 더 많은 전구체 화학물질과 관련 물질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불법 마약 제조에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의 해외 이동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동시에 마약 제조조직에 전구체 물질을 공급한 기업과 개인에 대한 수사·기소 협조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마약 공급망 차단을 위한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마약 압수와 불법 제조시설 단속, 국경지역 법집행력 강화 등의 노력을 언급하면서도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압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베네수엘라는 올해에도 23개 주요 마약 경유·생산국 명단에는 남았지만, 지난해와 달리 ‘마약퇴치 의무를 명백히 이행하지 못한 국가’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로이터는 베네수엘라가 이 별도 불이행 명단에서 빠진 것은 20여 년 만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주요 마약 경유·생산국 지정’과 ‘마약퇴치 의무 불이행국 지정’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2027회계연도 명단 발표를 단순한 연례 지정에 그치지 않고 국제 마약 공급망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악관은 마약과 전구체 화학물질을 생산·운송하는 국가와 범죄조직이 미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23개 지정국에 마약 밀매와 이른바 ‘마약 테러리즘’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중국을 향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워싱턴은 완제품 형태의 마약뿐 아니라 펜타닐을 비롯한 합성마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료와 전구체 화학물질의 공급망 자체를 차단하는 문제를 미·중 간 핵심 현안으로 계속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대중국 마약정책이 앞으로 중국 화학기업과 수출업체에 대한 규제·제재 문제로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