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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신임 러시아 대사의 첫 행선지는 ‘파병 기념관’

2026-09-26 22:44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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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질적 협력 활성화” 선언.. 경제·문화 넘어 군사협력 상징성 부각

 러시아 파병 기념관에 헌화하는 신임 주북한 러시아대사
北 러시아 파병 기념관에 헌화하는 신임 주북한 러시아대사

러시아가 약 10개월간의 공백을 끝내고 신임 북한 주재 대사를 평양에 보냈다. 그러나 새 대사의 부임 첫날 행보는 일반적인 외교적 의례에만 머물지 않았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군을 기리는 시설을 찾아 헌화하면서 최근 북러 관계의 성격이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안드레이 레오니도비치 포드욜리셰프 신임 주북한 러시아 대사는 26일 부인과 함께 평양에 도착했다. 북한 외무성 관계자와 러시아대사관 직원들이 공항에서 그를 맞았다.

그는 도착 직후 소련군 추모시설인 해방탑에 이어 북한의 이른바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 기념관’을 찾아 헌화했다. 이 시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소개되고 있다.

새 대사의 첫 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외교 관계 확대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파병을 상징하는 장소를 찾았다는 사실은 최근 북러 관계에서 군사적 결속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포드욜리셰프 대사는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을 통해 경제·문화·교육·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의 “실질적 협력을 활성화”하고, 협력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의 노력으로 양국 관계가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며, 기존의 과제를 넘어 보다 광범위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문제는 북한과 러시아가 말하는 ‘실질적 협력’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북러 관계는 단순한 외교적 친선이나 경제협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 이후 양국 관계는 군사·외교적 연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돼 왔다. 연합뉴스도 최근 양국의 밀착이 북한군의 러시아 지원 이후 더욱 깊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신임 대사가 경제협력 현장이나 교육·문화기관보다 파병군 기념시설을 부임 직후 방문했다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 북한의 해외 군사활동을 양국 관계의 역사적 성과처럼 기념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북러 협력이 장기적으로 군사적 연대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주변국들의 경계도 커질 수밖에 없다.

포드욜리셰프 대사가 한반도 경험이 많은 외교관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그는 1980년대 평양의 소련대사관에서 근무했고, 1990년대에는 서울의 소련·러시아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한국어도 구사한다.

지난 7월 푸틴 대통령이 그를 주북 대사로 임명할 당시부터 러시아가 한반도 정세에 정통한 인사를 평양에 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부임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는 시점과도 맞물려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24일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도록 초청받았으며 초청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문 시점은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2019년과 2023년 러시아를 방문했지만 두 차례 모두 극동 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으며 아직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은 없다.

따라서 포드욜리셰프의 평양 부임은 단순한 공석 보충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정상외교와 군사협력, 경제협력을 연결할 외교 채널이 다시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를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협력 관계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그 잠재력이 문화와 교육, 경제 분야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무기·병력·군사기술 등 안보 분야까지 더욱 확대될 것인지다.

무엇보다 북한이 해외에 병력을 투입한 상황을 양국 우호관계의 상징처럼 기념하는 모습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측면에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전쟁 참여가 하나의 외교적 자산으로 평가되고, 그 대가로 북러 간 군사·경제 협력이 확대되는 구조가 굳어진다면 주변국의 안보 계산 역시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신임 러시아 대사는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러가 바라보는 그 미래가 과연 경제·문화 교류의 확대인지, 아니면 전쟁을 매개로 한 군사적 결속의 고착화인지 국제사회는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포드욜리셰프 대사가 평양에 도착해 가장 먼저 남긴 장면 가운데 하나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기리는 기념관에서의 헌화였다는 사실은, 적어도 지금 북러 관계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임은 분명하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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