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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과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전사자 묘역을 확대 정비하고, 이를 양국의 ‘혈맹’을 강조하는 정치적 무대로 활용했다. 전사자를 추모하는 행위와 별개로, 전쟁의 발발과 개입의 책임을 지운 채 군사적 결속을 미화하는 역사 인식이 행사 전면에 드러났다.
조선중앙통신의 10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황해북도 신평군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묘를 ‘열사릉원’으로 개건한 준공식이 전날 현지에서 열렸다. 중국군의 한국전쟁 참전 76주년에 맞춘 행사다.
준공식에는 북한 도시경영성 강철호 부상과 지역 관계자들, 주북 중국대사관 임시대리대사, 중국 퇴역군인사업부 대표단 등이 참석했다. 북한군 명예위병대가 도열하고 양국 국가가 연주됐으며, 참석자들은 헌화와 묵념을 진행했다.
행사에서 강조된 것은 전쟁의 비극에 대한 성찰보다 ‘항미원조’와 북·중 친선의 영속성이었다. 북한 측은 중국군의 참전을 공동의 적에 맞선 희생으로 찬양했고, 중국 측 역시 참전 정신과 피로 맺어진 친선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한국전쟁의 출발점을 가린다. 1950년 6월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중국의 개입은 북한 정권의 존속을 뒷받침했고, 전쟁의 장기화와 막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이를 미국에 맞서 나라를 지킨 전쟁이라는 구도로만 설명하면, 침략을 당한 대한민국 국민의 피해와 한반도 전체가 겪은 참상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전장에서 숨진 개인을 애도하는 일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죽음을 당시 지도부의 결정과 분리한 채 국가적 영웅 서사로만 포장한다면, 추모는 전쟁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된다. 참전 병사들 역시 정치권력의 결정에 따라 전장에 투입됐다는 사실까지 함께 돌아봐야 한다.
북한 당국이 이번 개건을 대대적으로 알리면서도 사업비와 재원, 공사에 투입된 노동력 등은 공개하지 않은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제공된 보도는 묘역이 훌륭히 꾸려졌다는 찬사에 집중할 뿐, 주민의 부담이나 공공재원 사용에 관한 설명은 담지 않았다. 기념시설의 규모와 의전만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특히 북한이 전쟁을 기념하는 데 보이는 정성은 전쟁 피해자들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와 함께 평가해야 한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의 문제를 남겨둔 채 참전 우방의 희생만 선택적으로 기리는 방식으로는 한반도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
이번 준공식은 북·중이 과거의 전쟁 기억을 현재의 결속을 확인하는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동의 적’을 앞세우는 언어는 전쟁의 교훈을 되새기기보다 대결의 구도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위험이 있다.
전사자를 제대로 기리는 길은 묘역을 웅장하게 꾸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전쟁이 왜 시작됐고,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으며, 그 대가를 누가 치렀는지 정직하게 밝히는 데서 출발한다.
그 성찰이 빠진 ‘혈맹’의 찬가는 죽은 이들을 위한 추모보다 살아 있는 권력을 위한 선전에 가깝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