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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무인기 전시회와 대규모 화력 시위를 열고 무인전투체계와 국방 인공지능 개발을 군 현대화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인민의 평화로운 삶’을 명분으로 제시했지만, 정작 보도의 중심을 차지한 것은 자폭무인기와 미사일, 대구경 방사포의 파괴력이었다.
조선신보가 10월 30일 게재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무인항공기술발전-2026’ 전시회를 개최했다. 행사장에는 전략·작전전술급 다목적무인기와 자폭무인공격기 등 각종 무인전투체계가 전시됐다.
김정은은 무인기 분야의 ‘절대적 우세’를 추구하는 것이 현대전의 변화에 따른 필수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무인항공기술과 국방 인공지능 분야에서 성과를 내도록 과학계의 총동원을 주문하고, 무인무장장비의 인공지능화와 작전능력 고도화를 최우선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무인기 개발을 개별 무기 도입 차원을 넘어 국가적 자원과 연구 역량을 집중하는 군비 확장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보도는 이를 실현할 재정 규모나 자원 배분, 민간 경제에 미칠 부담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평화’ 내세운 행사에서 자폭무인기·방사포 위력 과시
전시회에 이어 진행된 무력 시위에는 전술자폭무인공격기와 전술순항비행탄, 다목적무인기, 600㎜ 다연장방사포가 동원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은 무인기에서 발사한 공대지미사일과 순항비행탄 등이 섬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평화는 힘으로만 담보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방어와 억제를 명분으로 내세운다고 해서 공격용 무기 확대가 주변국에 주는 위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폭무인기와 장거리 타격 수단의 증강은 상대의 대응 전력 확충을 부르고, 군사적 긴장과 오판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무인항공기술 전시라는 이름 아래 대구경 방사포 사격까지 결합했다. 기술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여러 공격 수단의 위력을 한꺼번에 과시하는 정치·군사 행사였음을 보여준다.
‘명중률 100%’.. 조건과 검증 빠진 일방적 주장
통신은 무기들이 ‘100%의 명중정확도’를 보였으며 모든 중요 무기체계의 전투적 신뢰성과 효과성이 만족스럽게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공된 보도에는 발사 횟수와 사거리, 표적 조건, 전자전 환경, 실패 여부 등 성능을 판단할 핵심 자료가 없다. 따라서 해당 수치는 북한 당국의 발표로 구분해 받아들여야 하며, 실제 전장에서도 동일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
무인기의 실전 능력은 준비된 표적을 타격하는 장면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통신 교란과 위성항법 방해, 방공망, 기상 변화 속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인공지능 기술 역시 구체적인 적용 방식과 자율성 수준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선전 문구만으로 기술 수준을 단정하기 어렵다.
과학계에 내려진 군사 동원 주문.. 주민을 위한 성과는 어디에
이번 보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과학계 전체를 향한 군사기술 개발 주문이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역량을 무인기와 국방 인공지능에 집중하도록 요구하면서도, 그러한 선택이 주민 생활과 민간 기술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루지 않았다.
과학기술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려면 의료·농업·전력·산업 등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분야에서도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군사 연구에 투입되는 자원과 인력에는 다른 분야에 사용할 수 있었던 기회비용이 따른다. 그러나 북한 매체의 보도에는 이러한 비용을 따지거나 정책의 우선순위를 검토하는 시각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세계의 정상’, ‘군사력의 최전성시대’, ‘세계유일무이’ 같은 표현과 김정은 개인에 대한 찬사가 반복됐다. 기술의 실제 수준과 정책 효과를 설명해야 할 자리를 지도자 우상화가 채운 셈이다.
북한이 말하는 ‘인민의 안전과 안녕’은 무기 전시장의 박수만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주민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먹고 치료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지, 국가의 자원 배분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지가 함께 평가돼야 한다.
무기의 파괴력을 국가 발전의 성적표로 제시하는 한, ‘평화로운 삶’이라는 구호와 주민의 현실 사이의 간극은 해소되기 어렵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