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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정은이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영웅전사들의 신성한 넋”, “불멸할 성스러운 전당”, “시대의 대기념비” 등 익숙한 수사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기념관이 상징하는 것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다. 그것은 북한 체제가 해외 군사 개입의 역사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그것을 어떤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북한은 과거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군사고문단 파견, 무기 지원, 비정규전 훈련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되거나, 불법 무기 거래 의혹과 연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기념관은 이를 “무비의 영용성”과 “대중적 영웅주의”로 포장한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해외 파병의 정확한 규모와 피해 상황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참전의 국제법적 정당성은 검증되지 않고, 유가족과 주민의 사회적 보상·복지 실태는 언급되지 않는다. 결국 ‘영웅’은 구체적 인간이 아니라, 체제가 필요할 때 호출되는 추상적 상징으로 기능한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식량난, 에너지난, 외화 부족에 직면해 있다. 지방 공업공장 착공식이 잇따라 열리지만 완공 이후의 실질 가동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기념관, 전투위훈관, 혁명사적지 건설은 지속된다.
이는 김정은 시대의 특징적 통치 방식과 맞닿아 있다. 물질적 성과가 부족할수록 상징 정치 강화와, 군을 동원한 대형 건설사업으로 충성 경쟁 유도, ‘영생’, ‘불멸’, ‘성스러운 전당’ 등 종교적 어휘를 통해 정치적 신성화 등이다.
이번 현지지도에서도 김정은은 “모든 세부요소들에 이르기까지 사상예술적으로 완벽하게 형상”할 것을 강조했다. 이는 건축이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철저히 통제된 이념 장치임을 보여준다.
‘해외군사작전’이라는 표현은 대내외적으로 해외에서 싸운 군인의 희생을 부각해 군부 충성심 강화, 국제 제재 속에서도 “우리는 세계 무대의 행위자”라는 자부심 고취, 청년 세대에게 ‘영웅적 군 복무’ 이미지 주입 등과, 대외적으로는 북한이 여전히 해외 군사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음을 과시,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분쟁 국면에서 러시아 등과의 협력 가능성 암시, 제재에도 불구하고 군사 역량이 유지된다는 정치적 선언 등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전략적 메시지다.
김정은은 기념관을 “영생의 상징”이라고 규정했다. 북한 체제에서 ‘영생’은 단순한 종교적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지도자와 체제, 혁명 서사를 시간 밖에 고정시키는 정치적 장치다. 지도자의 현지지도, 기념관 건설, 영웅 서사 강화, 체제 정당성 재생산 등 이 순환 구조 속에서 개인의 삶과 고통은 집단적 신화로 흡수된다.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은 겉으로는 영웅을 기리는 공간이지만, 실제로는 체제가 자신을 기념하는 공간에 가깝다. 경제적 어려움과 국제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는 다시 한 번 거대한 상징물에 기대어 체제 결속을 다지려 한다. 그러나 대리석과 청동 조각이 주민들의 식탁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진정한 기념은 과거를 미화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과거의 선택을 성찰하고, 희생의 의미를 투명하게 밝히며, 현재의 삶을 개선하는 데서 시작된다.
지금 북한이 세우고 있는 것은 ‘영웅의 전당’이 아니라,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또 하나의 거대한 침묵의 기념비일지도 모른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