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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에서 발표된 김정은의 시정연설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핵과 자력갱생이 모든 것을 해결했다”는 자기확증적 서사다.
그러나 이 연설은 현실을 반영하기보다, 체제 유지에 필요한 정치적 메시지를 반복하는 선전문에 가깝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자력갱생의 성과”…검증 불가능한 주장
김정은은 지난 5년을 “성공적인 발전의 년대”로 규정하며, 자력갱생 노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성과들이 객관적 지표로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완수”, “생산장성 토대 구축”, “전국 동시 개변” 등이러한 표현은 구체적 수치나 국제 기준 없이 반복된다.
실제로 북한 경제는 만성적인 전력 부족, 식량난, 국제 제재로 인한 외화 부족 등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성과”라는 표현은 체제 내부 결속을 위한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연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핵무력 강화와 경제발전을 직접적으로 연결한 주장이다. “핵방패의 구축이 경제와 문화 발전을 담보한다” 이는 국제사회가 수십 년간 부정해 온 논리다.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핵 개발 → 제재 강화, 제재 → 경제 고립 심화, 고립 → 주민 생활 악화 즉, 핵은 번영의 조건이 아니라 경제적 고립의 원인이다. 그럼에도 이를 “발전의 동력”으로 포장하는 것은 체제 정당성을 핵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 “인민복리” 강조…그러나 책임은 없다
김정은은 연설 내내 “인민생활 향상”, “복리 증진”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식량난 해결 실패, 보건체계 붕괴, 주민 통제 강화에 대한 책임 인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의 원인은 “적대세력”, “외부 위협”으로 돌려진다. 이는 전형적인 권위주의 체제의 특징이다.
연설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 “사상혁명”, “사상개조”, “정신력 발동”은 단순한 이념적 구호가 아니다. 이는 주민 통제 강화, 사상 검열 확대, 체제 충성 강요 등을 의미한다. 특히 “청년들의 혁명화” 강조는 탈북, 외부문화 유입 등 내부 균열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즉, 경제 발전보다 우선되는 것은 체제 유지와 사상 통제다.
■ 한국을 “적대국” 규정…대화 여지 차단
이번 연설의 가장 위험한 대목은 한국을 명시적으로 적대국으로 규정한 부분이다.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남북관계 단절 공식화, 군사적 긴장 고조, 협상 가능성 축소와 특히 “무자비한 대응” 언급은 대화 대신 대결을 선택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김정은의 이번 시정연설은 겉으로는 경제 발전, 인민 복리, 국가 번영을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핵무력 정당화, 체제 결속, 내부 통제 강화라는 세 가지 목적에 집중되어 있다.
결국 이 연설은 국가 발전 전략이 아니라, 체제 유지 전략의 선언문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북한 주민들의 삶이 계속 희생되는 현실로 돌아오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