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둘러싼 최근의 외교 갈등은 한국 정부의 외교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문제의 핵심은 국호 표기나 기술적 조정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한국 정부가 대만을 하나의 실질적 주체로 인식하고 대응할 의지와 원칙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의 대응은 분명하다. 중국을 의식한 침묵, 그리고 그로 인한 외교적 회피, 뒤이은 대한민국의 위기이다.
오늘날 대만은 단순한 지역이 아니라, 분명한 정치·경제·사회적 실체를 가진 행위자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대만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설정하기보다,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겠다는 명분 아래 사실상 존재를 희미하게 만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략이 아니라 회피다.
외교에서 균형은 중요하지만, 균형이 곧 눈치보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정 국가의 입장만을 과도하게 의식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파트너를 외면하는 것은 스스로 외교의 축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특히 인도·태평양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대만을 둘러싼 문제는 단순한 양안 관계를 넘어선다. 한국이 이 문제에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급기야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의 존엄이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과 같이 분단 상황에 놓인 국가는 ‘이름’ 자체가 정치적·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만의 조치에 대해 분명한 입장 표명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은, 스스로 국격을 낮추는 행위에 다름 아니며 그 폐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준다는 점이다. 원칙 없는 외교는 결국 어떤 사안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주요 이슈에서 발언권을 상실하고, 주변부로 밀려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확한 인식 전환이다. 대만을 둘러싼 문제를 단순한 민감 사안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현실의 국제 질서 속에서 책임 있는 행위자로서 접근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다른 실체적 나라들과의 관계를 희생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눈치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한국 외교가 스스로의 중심을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리베르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