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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 사회의 밑바닥 현실과 체제의 그늘을 기록한 독립 다큐멘터리들이 잇따라 금지·삭제되면서, 중국 당국의 검열이 영상은 물론 출판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해외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된 이른바 ‘보존 목록’에는 중국에서 공개 상영이 어렵거나 사실상 유통이 차단된 다큐멘터리 약 30편이 포함됐는데, 공통점은 하나같이 공식 서사가 외면해 온 현실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이번에 다시 주목받는 작품들 가운데는 농민공의 고단한 생존을 기록한 《이렇게 30년 동안 일하다》, 베이징 상방(민원) 인생을 장기간 추적한 《상방》, 문화대혁명 기억을 파헤친 《나는 죽었지만》, 환경 파괴를 고발한 《쓰레기 포위》, 의료 현실을 담은 《인간세》 등이 포함됐다.
이 작품들은 하층민의 삶, 체제 갈등, 역사적 금기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정면에서 비추며, 중국 사회가 감추려는 균열을 생생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독일로 망명한 다큐멘터리 제작자 궈전밍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 검열 방식이 과거의 단순 금지에서 이제는 체계적인 추적·정리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를 중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전성기로 규정하면서, 당시에는 비록 지하 창작물에 가까웠지만 미술관, 갤러리, 서점, 영화제 등 제한된 공간에서라도 상영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최소한의 틈새조차 거의 사라졌고, 폭로적·비판적·반성적 작품 자체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검열은 단순히 “상영 금지” 차원을 넘어선다. 한때 주류 플랫폼에서 방영됐던 작품들조차 뒤늦게 기술적 방식으로 삭제되거나 유통이 제한되고 있다. 의료 다큐멘터리 《인간세》와 기초 선거를 다룬 《나를 위해 투표해 주세요》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는 당국이 과거에는 일정 부분 용인했던 사회 기록물마저도 이제는 공공영역에서 축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초 넷이즈 뉴스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단편 《이렇게 30년 동안 일한》 사례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이 작품은 도시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고령 농민공의 처지를 담았지만, 공개된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전 인터넷망에서 삭제됐다.
표면적 이유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과도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 도시화의 이면, 사회적 보호망 밖으로 밀려난 계층의 현실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통제가 영상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판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예술가이자 작가인 허산포는 독립 영화와 지하 영화가 중국 내 공공 플랫폼에 진입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한 편의 영화가 사람의 삶과 사회 인식을 바꿀 수 있음에도 정치적 강압 아래에서는 진실이 곧 억압의 대상이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20여 년 전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쓰레기 포위》가 도시 환경과 삶의 조건을 새롭게 보게 만든 계기였다고 회상했지만, 오늘날 중국에서는 바로 그런 각성의 가능성 자체가 제도적으로 차단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산포 자신의 사례도 이를 방증한다. 2026년 초 그의 영어 소설 《신 샌프란시스코》는 유럽과 미국 출판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됐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출판되지 못했다.
그는 미국을 방문한 적도 없지만, 신앙적 체험을 토대로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체제 바깥의 시선과 자유로운 상상력이 결합된 서사가 중국 안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활동하는 독립작가 왕지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에는 밑바닥 삶을 다룬 지하 다큐멘터리가 매우 많지만, 바로 그 “현실성” 때문에 가장 먼저 봉쇄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다큐멘터리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을 보여주며, 전체주의적 체제일수록 바로 그 현실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왕지는 1980년대만 해도 자신의 작품이 국내에서 출판될 수 있었지만, 최근 집필한 책 네 권은 모두 중국 출판이 불가능해 해외 출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중국 당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특정 작품이나 특정 감독이 아니라, 현실을 현실 그대로 기록하려는 민간 서사의 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방》처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민원인들의 절망과 충돌을 기록한 작품, 《이렇게 30년 동안 일하다》처럼 노년 농민공의 생존을 응시한 작품, 《나는 죽었지만》처럼 역사적 금기를 파헤친 작품은 모두 체제가 선전하는 안정·번영·질서의 서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래서 이들 작품은 “예술”로 취급되지 못하고, 관리와 삭제의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이 기록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본토 인터넷에서는 지워지더라도,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과 민간 저장 공간, 망명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통해 계속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안에서 봉쇄된 현실의 기록이 국경 밖에서 다시 살아남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지우려 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체제가 가장 불편해하는 작품은 대개 가장 현실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독립 다큐멘터리와 금서들은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는 가장 정직한 증언으로 남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