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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문제가 더 이상 단순한 수산업 분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인권·안보·공급망·지정학을 동시에 뒤흔드는 복합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2026년 4월 16일 ‘중국의 IUU 어업과 해산물 공급망’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고, 중국의 국가 지원형 원양어업 체계가 세계 해양질서를 교란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번 청문회는 중국 공산당이 보조금과 정책 지원을 앞세워 공격적인 원양어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불법 조업과 불투명한 환적, 시장 교란, 강제노동 문제까지 하나의 공급망으로 결합시키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CECC는 청문회 안내에서 중국의 IUU 어업이 전 세계 해양안보를 위협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해치며, 해산물 공급망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위구르인과 북한 노동자가 중국 내 가공시설과 원양어선 관련 생산망에 동원되는 문제까지 함께 다뤘다.
미국 의회 내 문제의식은 이미 조사보고서로도 구체화됐다. 미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의 2026년 1월 보고서는 중국을 세계 최대의 IUU 어업 가해국으로 규정하며, 중국의 원양어선단이 규모, 기술, 국가 보조, 중앙집권적 통제 면에서 다른 나라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는 “전 지구적 어업 범죄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으며, 정치권력과 경제적 영향력으로 이를 제도화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물고기를 많이 잡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같은 보고서는 중국 어선과 관련 기업들이 강제된 노동, 은밀한 환적, 밀수, 보조금 기반 저가 공세를 결합해 국제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또한 중국의 조업 방식이 연안 국가들의 생계와 식량안보를 직접 훼손하고, 값싼 불법 어획물을 세계 시장에 쏟아내며, 취약한 해양국가들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 문제 역시 결코 부차적이지 않다. CECC 청문회는 중국의 해산물 공급망이 강제노동과 연결돼 있는지를 핵심 의제로 삼았고, 위구르인과 북한 노동력이 중국 기반 수산물 생산과 원양어선 부문에서 착취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면에 제기했다.
이는 중국의 해산물이 국제시장에 유통되는 과정에서 값싼 노동력 뒤에 숨은 인권유린이 함께 수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해안경비대와 국무부도 IUU 어업을 단순한 경제범죄가 아니라 해양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미 해안경비대는 IUU 어업을 “광범위하고 심대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무부 역시 이것이 국제협약을 훼손하고 해양 생태계, 식량안보, 법치질서를 약화시키는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해적 대응을 넘어 IUU 어업 자체가 주요 해양안보 과제가 되었다는 미국 안보당국의 인식은, 중국 어선단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경계심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국 원양어선단의 행태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충돌을 낳아 왔다. 2016년 아르헨티나는 자국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추적 끝에 격침했고, 당시 해당 선박은 단속을 회피하며 충돌 시도까지 한 것으로 보도됐다.
2017년에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해양보호구역에서 중국 선박이 적발됐고, 선내에서는 수천 마리의 상어가 발견돼 국제적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중국 어선의 활동 반경이 남미 인근 보호수역까지 깊숙이 뻗어 있으며, 해양 생태계 파괴 위험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다.
실제로 남미 태평양 연안에서는 중국 어선단을 견제하는 것이 단순한 수산 단속을 넘어 대중 견제 전략과도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주 안보 전문 매체들은 미국이 남미 국가들과 협력해 불법조업을 억제할 경우 해양자원 보호뿐 아니라 서반구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즉 중국의 원양어업은 경제 활동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뒤에는 지정학적 진출과 영향력 확장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문제는 한국에도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2025년 11월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 집계에 따르면, 꽃게 가을어기였던 2025년 9~10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는 하루 평균 190여 척의 불법 중국어선이 출몰했다.
같은 기간 해경은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하고 411척을 퇴거 조치했다. 이는 2024년에도 이미 NLL 침범 중국어선이 하루 평균 156척, 이후 177척 수준까지 늘었다는 보도와 이어지며, 서해 불법조업이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 어선들이 서해 접경수역의 안보 민감성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 어선은 야간이나 기상 악화 시점을 노려 NLL을 침범하고, 단속이 시작되면 북측 수역으로 달아나는 방식으로 법 집행의 틈을 파고든다.
최근에는 대형 철선과 쌍타망 조업 방식까지 동원되며 자원 고갈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산 피해를 넘어 접경 해역의 질서와 공권력 집행 자체를 흔드는 행위다.
결국 중국의 전 세계 불법조업 문제는 세 가지 차원에서 동시에 이해되어야 한다. 첫째, 바다를 황폐화시키고 연안국 주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자원 약탈의 문제다. 둘째, 강제노동과 불투명한 공급망을 통해 인권침해를 세계 시장에 유통시키는 문제다. 셋째, 원양어선단을 사실상 국가 전략의 수단처럼 활용하며 해양질서와 국제규범을 시험하는 지정학적 문제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이를 국가안보와 인권 문제로 묶어 다루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사회가 이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불법 어획물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강제노동과 연결된 해산물 공급망을 추적하며, 연안국의 해양감시 역량을 강화하고, 접경·공해 수역에서의 법 집행 협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중국의 IUU 어업을 그저 “물고기 문제”로 축소하는 순간, 세계는 인권과 안보, 시장 질서와 해양 생태계까지 동시에 잠식당하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