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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고위 장성들의 실종 배경을 처음으로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4월 17일 공개한 공보에 따르면, 육군 원사령원 리차오밍을 포함한 복수의 군 고위 인사들은 “심각한 기율 위반 및 불법 행위 혐의”로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는 단순한 인사 정리가 아니라, 시진핑 체제 하에서 수년째 이어져 온 군 내부 대숙청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에 이름이 공개된 인물들은 결코 변방의 장교들이 아니다. 리차오밍 전 육군 사령원, 선진룽 전 해군 사령원, 친성샹 전 해군 정치위원, 위중푸 전 공군 정치위원, 리웨이 전 정보지원부대 정치위원 등 군 핵심 지휘부를 거친 인물들이 포함됐다.
여기에 왕둥하이, 볜루이펑, 딩라이푸, 양광 등 추가 장성들까지 모두 같은 사유로 대표직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군 수뇌부의 핵심 축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단순한 부패 척결을 넘어 군 통치 체계 전반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주목되는 대목은 시점이다. 이들 장성은 이미 2월 하순 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대표직을 박탈당했지만, 구체적 사유는 두 달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개됐다. 왜 당국이 이처럼 늦게 설명했는지에 대해 공식 해명은 없었다. 중국 체제 특유의 불투명성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권력투쟁이 진행 중일 때는 침묵하다가, 정리가 끝난 뒤 최소한의 표현만 내놓는 방식은 중국 공산당식 통치의 전형적 모습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일회성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올해 1월 중국 국방부는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유샤와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참모장 류전리가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2월과 4월에도 군과 방산 부문 인사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숙청 범위는 육·해·공군은 물론 정보지원체계와 군수·방산 부문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는 시진핑의 군 현대화 구상이 화려한 구호와 달리, 내부적으로는 신뢰 붕괴와 충성 경쟁 속에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방산 부문에서도 중국항공공업그룹과 핵 관련 기관, 군사과학 연구기관 출신 인사들이 함께 문제 인물로 거론됐다. 군과 방산이 한 몸처럼 얽혀 있는 중국 특성상, 이 같은 연쇄 숙청은 단순한 개인 비리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무기 개발, 조달, 전략기획, 정치공작 전반에 걸쳐 구조적 균열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강군 건설”을 외치지만, 내부에서는 최고위층에 대한 의심과 감시가 일상화된 체제가 과연 안정적인 군사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이번 사태는 중국군이 외부에 과시하는 강경 이미지와 내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다시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시진핑 정권은 숙청을 통해 군 기강을 바로세운다고 주장하겠지만, 숙청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드러나는 것은 기강의 확립이 아니라 체제의 만성적 불신이다.
충성으로 유지되는 군대는 순간적으로는 통제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전문성과 자율성을 잃고 정치의 인질이 되기 쉽다. 중국군 대숙청의 본질은 부패 척결의 성공담이 아니라, 권력 핵심부조차 믿지 못하는 체제의 깊은 불안에 더 가까워 보인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