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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또다시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과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 노선’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김정은이 당 대회와 전원회의에서 제시했다는 노선을 앞세워 모든 기관, 기업소, 공장, 농장, 시·군 단위까지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이다. 표면적으로는 국가 발전, 농촌 진흥, 기술 혁신, 문화 향상을 말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주민을 다시 사상 통제와 생산 동원, 충성 경쟁의 틀 안에 묶어두려는 전형적인 북한식 통치술이다.
북한이 말하는 3대혁명은 사상혁명, 기술혁명, 문화혁명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가장 앞세워지는 것은 언제나 사상이다. 기술도 문화도 결국 주체사상화, 당의 영도,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이라는 틀 안에서만 허용된다.
이는 자유로운 창의와 자율적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근대적 발전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전면적 발전’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전 사회의 사상적 일체화와 조직적 동원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이번 선전에서 주목할 대목은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기존의 공장, 농장, 작업반 수준을 넘어 시·군, 연합기업소까지 확대하겠다는 점이다. 이는 발전 전략이라기보다 통제 범위의 확대에 가깝다.
지역과 단위별로 충성 경쟁을 시키고, 성과를 정치적 기준으로 평가하며, 주민과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다. 국가가 해결해야 할 경제난과 식량난, 농촌 낙후 문제를 주민의 사상성 부족이나 현장의 투쟁 의지 문제로 돌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매체는 농촌이 “선경마을”, “희한한 별천지”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직면한 문제는 구호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농업 생산의 근본 문제는 폐쇄적 경제 구조, 비효율적인 집단농장 체제, 농민의 생산 의욕을 억누르는 통제 시스템, 국제적 고립, 에너지·비료·장비 부족 등 복합적인 구조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농촌의 새 인간”을 강조하는 것은 농업 개혁이 아니라 농민에 대한 이념적 압박이다.
북한식 선전의 핵심은 항상 책임의 방향을 바꾸는 데 있다. 경제가 어렵고 농촌이 낙후되어도 지도부의 정책 실패는 언급되지 않는다. 대신 주민들이 더 분발해야 하고, 단위들이 더 충성해야 하며, 사상·기술·문화 혁명을 더 힘차게 벌여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최고지도자는 해답을 제시한 존재로 묘사되고, 실패의 부담은 현장과 주민에게 전가된다. 이것이 북한식 ‘운동 정치’의 본질이다.
더구나 3대혁명이라는 표현은 북한이 마치 전 사회적 개혁과 현대화를 추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진정한 기술 혁신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 실패를 허용하는 연구 환경, 시장의 자율성, 국제 교류, 전문성에 대한 존중 위에서 가능하다.
문화 발전 역시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창의성을 전제로 한다. 사상 통제와 검열, 충성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기술과 문화가 독립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말하는 “대중 자신이 주인답게 참가한다”는 표현도 기만적이다. 자유로운 선택권이 없는 체제에서 주민의 참여는 자발성이 아니라 동원이다. 당이 정한 목표를 따라야 하고, 조직 생활을 통해 감시받으며, 성과와 충성도를 평가받는 구조 속에서 ‘주인’이라는 말은 공허한 선전 문구에 불과하다.
진정한 주인은 자신의 노동, 거주, 표현, 신앙, 이동, 직업 선택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다. 북한 주민에게 그런 권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이번 선전은 북한이 경제난과 사회적 피로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실질 개혁에 나섰다는 신호라기보다, 기존의 사상 동원 체제를 더 촘촘하게 재가동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전면적 발전’이라는 말은 화려하지만, 그 안에 담긴 방식은 낡았다. 구호는 거창하지만, 해법은 여전히 충성 경쟁과 집단 동원이다.
북한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3대혁명붉은기가 아니라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자유와 권리다. 농촌을 바꾸는 것도 사상교양이 아니라 농민의 자율성과 생산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충성 맹세가 아니라 지식과 정보의 개방이다.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것도 당의 지도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와 표현의 자유다.
북한이 진정으로 ‘인민의 이상사회’를 말하고자 한다면, 먼저 인민을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북한이 내세우는 3대혁명 노선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면적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전면적 통제를 강화하고, 이상사회라는 구호 아래 주민의 고통을 다시 충성 경쟁으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