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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해외 해역이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혈관이 지나가는 길이다. 원유와 에너지, 물류와 수출입, 선원들의 생명과 국민 생활비가 이 좁은 바닷길에 걸려 있다. 그런데 이 중대한 해역에서 한국 화물선이 피격 의심 폭발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는 인명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국민이 묻고 있다. 도대체 한국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제3국 선박들을 안전하게 빼내기 위한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선박도 다수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나서서 “구출 작전”을 말하는 상황이라면, 한국 정부는 그보다 앞서 자국 선박과 선원을 보호하기 위한 외교적·군사적·해운 안전 대책을 이미 가동하고 있었어야 한다.
더욱 대비되는 것은 일본의 움직임이다. 일본은 이란과 직접 소통하고, 총리와 외교 채널을 동원해 자국 관련 선박의 안전 통항 문제를 협의했다. 일본 관련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일본 정부의 선택이 완벽했다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일본은 자국민과 자국 경제의 이해가 걸린 사안을 국가적 위기로 보고 움직였다. 외교적 부담이 있더라도 협상했고, 위험이 있더라도 통로를 찾았다.
반면 한국 정부의 태도는 무엇인가. “면밀히 주시한다”, “관련국과 소통한다”, “방안을 모색한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정작 한국 선박이 위험에 놓인 뒤에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국민은 이런 정부를 보며 무력감을 느낀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있다. 특히 해외에 있는 국민과 선박은 국가가 보호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기대기 어렵다. 그런데 정부가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은 결단이 아니라 눈치 보기였고, 책임감이 아니라 엉거주춤한 태도였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여러 사안에서 생색을 내왔다. 마약왕 송환 같은 사건에서는 자국민을 위한 조치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물론 범죄인 송환도 국가 기능의 일부다. 그러나 국민의 삶에 직격탄이 되는 에너지 안보, 해상 수송로, 선원 안전 문제 앞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홍보는 공허한 정치 쇼에 불과하다.
국민이 체감하는 국가는 현수막과 브리핑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 실제로 움직이는 국가다.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먼 나라 전쟁의 부속 장면이 아니다. 원유 수급이 흔들리면 기름값이 오르고, 기름값이 오르면 물류비와 전기요금, 식료품 가격까지 흔들린다.
선박이 묶이면 기업이 타격을 받고, 기업이 흔들리면 일자리와 가계가 흔들린다. 해운로의 안전은 곧 국민의 밥상과 지갑의 문제다. 이런 사안을 두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고유가로 인한 “혈세 돌리기”에 급급한 정부는 이미 직무유기에 가깝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분명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첫째, 호르무즈 일대 한국 선박과 선원의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둘째, 미국·일본·오만·UAE 등 관련국과의 협의 내용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셋째, 필요하다면 해군과 외교 채널을 동시에 가동해 한국 선박의 안전 통항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에너지 수급과 물류 차질에 대비한 비상 대책을 즉시 발표해야 한다. 국민은 정부의 막연한 “검토”가 아니라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더 이상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한국 선박이 공격받은 뒤에야 허둥대는 정부, 국민 경제의 급소가 위협받는데도 말뿐인 정부, 자국민 보호를 정치적 홍보의 소재로만 쓰는 정부라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호르무즈의 파도 위에서 지금 시험대에 오른 것은 선박 한 척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감과 국가 운영 능력 자체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