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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간호원의 헌신”

2026-05-25 15:42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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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보건시책’, 정작 주민의 의료 현실은 어디에 있는가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매체가 ‘사회주의보건시책을 구현하는 간호원들’이라는 제목으로 간호원들의 헌신을 선전하고 나섰다. 평양의학대학병원에서 복합외상을 입은 환자가 담당 간호원의 정성 어린 간호와 의료진의 치료 끝에 회복했고, 이후 그 간호원과 가정을 이루었다는 내용이다.

북한 매체는 이를 두고 “병보다 환자의 마음을 먼저 알고 육친의 정을 바쳐가는 간호원들”이 사회주의 보건제도의 산물인 것처럼 소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북한 보건 현실의 구조적 문제를 가리는 전형적인 체제 선전이다. 한 명의 간호원과 한 명의 환자 사이에 있었을지 모를 개인적 미담을 전체 보건제도의 우월성으로 확대하는 방식은 북한 선전매체가 반복해 온 오래된 수법이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무상치료제와 예방의학 체계를 ‘사회주의 보건의 우월성’으로 선전해 왔다. 하지만 주민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의료 현실은 선전과 거리가 멀다. 의약품 부족, 의료 장비 노후화, 병원 간 격차, 간부와 일반 주민 사이의 치료 접근성 차이, 환자 가족이 약품과 의료용품을 직접 구해야 하는 관행 등은 이미 북한 의료체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보도에서도 주목해야 할 점은 ‘간호원의 헌신’만 있고 ‘제도의 책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환자가 왜 치료를 포기할 만큼 절망적인 상태에 놓였는지, 어떤 의료 장비와 약품이 제공되었는지, 치료 비용과 병원 이용 과정은 어떠했는지, 일반 주민도 평양의학대학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 매체는 제도적 결핍을 개인의 희생과 정성으로 덮는다. 간호원이 환자 곁을 지켰다는 이야기는 인간적으로는 아름다운 장면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건 체계를 간호원의 헌신담으로 대체하는 순간, 그것은 미담이 아니라 체제의 책임 회피가 된다.

특히 북한 보건 선전의 특징은 의료인의 직업적 전문성과 노동권을 체제 충성의 언어로 흡수한다는 점이다. 간호원은 환자를 돌보는 전문 의료 인력이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간호원의 전문성을 독립된 직업윤리로 인정하기보다, ‘사회주의보건시책의 구현자’로 묘사한다.

이는 의료인을 환자를 위한 전문가가 아니라 체제를 증명하는 선전 도구로 동원하는 방식이다.

더구나 기사 말미에 환자와 간호원이 결혼했다는 내용을 배치한 것도 문제적이다. 개인의 사생활과 감정까지 체제 선전의 소재로 소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회복과 두 사람의 결혼은 개인적 삶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사회주의보건시책”의 성과로 연결하는 순간, 개인의 인생은 다시 국가 선전의 장식물이 된다.

북한 매체가 진정으로 보건제도의 우월성을 말하고 싶다면 미담 하나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실제로 어떤 의료 서비스를 받는지 공개해야 한다. 지방 병원의 약품 보급률은 어느 정도인지, 응급환자 이송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결핵·영양실조·만성질환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일반 주민도 권력층과 같은 의료 접근권을 누리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간호원의 헌신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헌신이 체제 선전의 포장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보건제도는 감동적인 사례를 선전하는 데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주민 한 사람까지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증명된다.

북한이 말하는 ‘사회주의보건시책’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제도는 늘 위대하다고 선전되지만, 주민의 현실은 침묵 속에 남겨진다. 의료인의 헌신은 강조되지만, 국가의 책임은 흐려진다. 환자의 회복은 찬양되지만, 수많은 환자가 겪는 고통은 보도되지 않는다.

결국 이번 보도는 북한 보건제도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기사가 아니라, 개인의 헌신을 체제 선전으로 끌어다 쓰는 북한식 선전 보도의 한계를 다시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진짜 질문은 간호원이 얼마나 헌신했느냐가 아니다.

그런 헌신이 없으면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기 어려운 체제라면, 그것을 과연 정상적인 보건제도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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