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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조총련 제26차 전체대회 폐막

2026-05-25 15:44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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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사회 속 ‘작은 북한’의 재정비 선언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이른바 총련의 제26차 전체대회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조선신보는 이번 대회가 “새 투쟁기의 사업방향과 목표를 책정”하고 “총련 결성 80돌까지의 과업”을 제시한 중요한 계기였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대회의 전 과정을 들여다보면, 총련이 과연 재일동포의 권익을 위한 순수한 민간단체인지, 아니면 여전히 북한 정권의 해외 정치조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이번 대회에서 총련은 “동포제일주의조직”을 표방하며 동포들의 권익옹호, 민족교육, 새세대 육성, 민족성 고수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표현만 놓고 보면 재일조선인의 문화적 정체성과 교육권을 지키려는 시민사회 조직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모든 목표가 결국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 구조 안에서만 허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회의 마지막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총련 제26차 전체대회는 김정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김정일장군의 노래》 주악으로 마무리되었다.

일본 사회 안에서 활동하는 단체의 공식 대회가 동포 권익이나 교육 개혁의 다짐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 의례로 막을 내린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총련이 말하는 ‘동포제일주의’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동포가 먼저가 아니라, 결국 평양의 권력이 먼저인 구조다.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이번 대회가 “재일조선청소년학생대표들의 축하”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북한 체제의 해외 조직 활동에서 청소년과 학생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결코 단순한 축하 행사가 아니다. 이는 민족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차세대에게 특정한 정치적 충성심을 주입하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인 일본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북한식 정치 언어와 충성 의례 속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면, 그것은 문화교육이 아니라 이념적 동원에 가깝다.

총련은 이번 대회에서 민족교육사업과 새세대 육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이란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상과 정보, 자유로운 판단 능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반대로 특정 지도자와 특정 체제에 대한 충성을 전제로 하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정치적 훈련이다.

일본 사회 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재일조선 청소년들이 북한 정권의 선전 언어에 포획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북한 정권의 해외 후비대가 아니라, 자유사회 속에서 스스로의 미래를 선택할 권리를 가진 개인들이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해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민당 간사장 라사르 이시이, 일조우호여성네트워크 관계자, 자민당 소속 스즈키 무네오 참의원 등이 언급되었다.

일본 내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총련과 교류해 온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이제는 그 교류의 성격을 냉정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총련이 단순한 소수자 권익단체가 아니라 북한 정권과 조직적으로 연결된 정치단체라면, 일본 사회는 이를 인권과 다양성의 이름으로 무비판적으로 포용해서는 안 된다.

총련이 진정으로 재일동포의 권익을 말하고자 한다면, 먼저 북한 정권과의 정치적 예속 관계를 끊어야 한다. 김정은에게 충성 편지를 바치고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로 대회를 마무리하면서 “동포 권익”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재일동포의 권익은 평양 권력의 이해관계와 동일하지 않다. 오히려 북한 정권은 재일동포를 오랫동안 체제 선전과 외화 확보,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또한 총련이 강조하는 ‘민족성 고수’도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민족 정체성을 지키는 일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식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충성으로 변질될 때, 민족성은 문화가 아니라 통제의 언어가 된다.

조선어와 역사, 전통을 배우는 것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을 주입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총련은 이 둘을 의도적으로 뒤섞어 왔고, 이번 대회 역시 그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총련 제26차 전체대회가 내세운 ‘새 투쟁기’라는 표현도 시대착오적이다. 일본 사회의 재일동포에게 필요한 것은 투쟁 구호가 아니라 자유로운 시민권, 교육 선택권, 인권 보장, 사회 통합, 그리고 북한 정권의 정치적 압박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런데 총련은 여전히 투쟁, 애족애국운동, 조직 강화, 새세대 육성이라는 언어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시민사회 단체의 언어라기보다 전체주의 조직의 동원 언어에 가깝다.

지금 총련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 재정비가 아니라 정체성의 전환이다. 재일동포의 삶을 위해 존재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 정권의 해외 거점으로 남을 것인지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일본 사회 역시 총련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소수자 보호와 인권 존중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체주의 체제의 해외 선전조직을 방치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총련 제26차 전체대회는 스스로를 ‘동포제일주의조직’으로 다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대회가 김정은에게 바치는 편지와 김정일 찬양가로 끝났다는 사실은, 총련의 실제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동포의 미래를 말하면서 평양의 권력에 머리를 숙이는 조직, 청소년의 성장을 말하면서 충성의 언어를 가르치는 조직, 자유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전체주의적 의례를 반복하는 조직이 과연 재일동포의 내일을 책임질 수 있는가.

총련의 문제는 단순히 한 단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유사회 안에 전체주의가 어떻게 뿌리내리고, 민족과 교육과 인권의 언어를 어떻게 정치적 도구로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일본 사회와 국제사회는 총련을 더 이상 낭만적인 ‘민족단체’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 안에서 자라나는 다음 세대의 자유와 양심을 위해서라도, 총련의 정치적 실체와 북한 정권과의 관계는 보다 투명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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