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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러시아 내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향한 피로감과 불만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한때 “전쟁은 먼 전선의 이야기”라고 여겼던 러시아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경제난과 통제 강화, 드론 공습의 공포가 일상 속으로 파고들면서 체제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러시아 정·재계 인사와 서방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러시아 내부 분위기가 푸틴 집권 이후 가장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쿠데타나 체제 붕괴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러시아 사회 내부에 누적된 피로감이 이전과는 다른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엘리트층 내부에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과거 푸틴 대통령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였지만, 최근에는 전쟁 지속에 대한 회의론이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러시아 재계 관계자들은 “무의미하고 자멸적인 결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푸틴 지도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치권에서도 균열의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러시아 공산당 소속 국가두마 의원조차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조속한 종전을 주장한 것은 러시아 내부 기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정작 푸틴 대통령은 후퇴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크렘린궁 측근들은 푸틴 대통령이 올해 안에 돈바스 지역 장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전쟁의 “결정적 돌파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 사회가 느끼는 피로감과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전쟁 장기화가 단순히 군사 문제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 사회 전체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 제재와 군사비 확대 속에서 러시아 경제는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으며, 세금 부담 증가와 생활물가 상승은 일반 시민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러시아 본토 곳곳까지 확대되면서 “전쟁은 남의 일”이라는 인식도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 당국의 강경한 내부 통제는 시민들의 불만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러시아 정부는 텔레그램 등 주요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차단과 감시를 강화했으며, 인터넷 통제 역시 크게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내부에서는 “점점 북한처럼 되어간다”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엘리트층에서는 “오히려 중국식 통제가 더 효율적이고 세련돼 보인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러시아 사회 내부에서 자유의 축소와 국가 통제 강화가 체감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전쟁 수행을 이유로 언론과 인터넷, 시민사회를 더욱 강하게 억압하는 모습은 권위주의 체제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특징과도 닮아 있다.
실제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행복지수는 최근 1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SNS에는 세금 인상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 인터넷 차단에 분노하는 시민들, 정부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지방 주민들의 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전쟁의 피로감이 단순한 정치적 논쟁 수준을 넘어 사회 전반의 불안과 냉소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까지 이러한 불만이 푸틴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러시아 권력 구조 자체가 극도로 중앙집권화되어 있고, 반대 세력을 조직적으로 억누르는 체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정보기관들 역시 러시아 엘리트들이 문제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할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애국주의 동원”으로 결집했던 러시아 사회 분위기가 점차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경제는 피폐해지고 사회 통제는 강화되며 시민들의 삶은 위축된다.
결국 권위주의 체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부의 공격보다 내부의 피로와 냉소일지도 모른다. 러시아는 지금 군사적 승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국가와 사회 전체가 천천히 지쳐가고 있다는 경고음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