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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유민주주의 일본 안의 ‘작은 북한’

2026-05-26 05:47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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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찬가로 폐막하는 조총련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이른바 조총련의 제26차 전체대회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폐막했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번 대회를 두고 “새 투쟁기의 사업방향과 목표를 책정한 역사적 계기”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대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재일동포의 권익을 위한 시민사회 행사라기보다 일본 사회 안에서 북한식 충성 체계를 재정비한 정치 의례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장면은 폐막식이었다. 대회는 김정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김정일장군의 노래》 주악으로 막을 내렸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일본 한복판에서 열린 단체의 공식 대회가 동포의 권익, 청소년의 미래,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다짐하며 끝난 것이 아니라 북한 세습독재 권력에 대한 충성 의례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조총련은 스스로를 ‘동포제일주의조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포가 먼저라면 왜 대회의 마지막은 김정일 찬양가였는가. 재일조선인의 삶이 먼저라면 왜 김정은에게 충성 편지를 바치는가. 이것은 동포제일주의가 아니라 평양제일주의다. 재일동포의 권익을 말하면서 정작 조직의 중심에는 북한 최고지도자 숭배가 놓여 있는 이 모순은 더 이상 감출 수 없다.

조총련의 문제는 단순한 이념적 일탈이 아니다. 일본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사회 안에 북한 체제의 정치 언어와 충성 구조가 그대로 이식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일본은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다. 그러나 그 자유가 전체주의 독재를 선전하고, 청소년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며, 북한 정권의 해외 거점화를 가능하게 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총련은 오랫동안 ‘민족’과 ‘동포’와 ‘교육’의 이름을 앞세워 왔다. 그러나 그 언어 뒤에 북한 정권에 대한 정치적 예속이 숨어 있다면, 일본 사회는 이를 더 이상 낭만적인 소수자 단체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소수자 보호는 자유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는 그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전체주의의 거점을 방치하라고 만들어진 체제가 아니다.

더구나 조총련 문제는 일본 내부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대북 제재 회피 의혹, 재일사회 내부의 사상 통제, 청소년 교육 문제, 동북아 안보 질서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북한 정권은 납치 피해자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도 진정성 있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안에서 북한 정권의 노선과 지도자 숭배를 반복하는 조직이 계속 영향력을 유지한다면, 납치 피해자 문제의 해결 역시 근본적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조총련을 방치하고서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의 본질적 해결도 요원하다. 납치 문제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북한 정권의 반인권적 속성과 해외 네트워크의 실체를 드러내는 사건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와 시민사회가 납치 피해자의 귀환과 진상 규명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북한 정권의 해외 정치 기반과 선전 통로를 엄정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조총련의 정치적 실체를 검증하고, 북한 체제와의 조직적 연결을 차단하는 일은 납치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동북아 평화도 마찬가지다. 평화는 독재에 대한 침묵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평화는 전체주의의 해외 거점을 방치한다고 찾아오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일본 안에서 ‘작은 북한’이 계속해서 조직을 재정비하고, 청소년을 동원하고, 북한 지도자 찬양 의례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동북아 평화의 기반이 아니라 불안정의 씨앗이다.

조총련이 진정으로 재일동포를 위한 조직이 되고자 한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김정은에게 보내는 충성 편지를 중단해야 한다. 김정일 찬양가로 대회를 마무리하는 시대착오적 의례를 폐기해야 한다. 북한 정권과의 정치적 예속 관계를 끊고, 재일동포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는 시민사회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제26차 전체대회는 그 반대의 길을 보여주었다. 조총련은 ‘새 투쟁기’를 말했지만, 실제로는 낡은 충성 체계의 재확인이었다. ‘동포제일주의’를 말했지만, 실제로는 평양 권력 앞에 머리를 숙였다. ‘새세대 육성’을 말했지만, 실제로는 다음 세대를 또다시 북한식 정치 언어 안에 묶어 두려 했다.

김정일 찬양가로 끝나는 대회가 자유민주주의 일본에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말한다면 더욱 그렇다. 재일동포 청소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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