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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2025년 ‘10대 최우수기업’ 선정 결과를 내세우며 생산 장성과 기업 운영 혁신을 선전하고 있다. 조선신보 또한 최근 “사업기풍의 부단한 혁신이 생산장성의 고리”라며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 검덕광업련합기업소, 안주절연물공장, 평양양말공장 등 이른바 우수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북한은 이들 기업이 인민경제계획을 초과 수행하고, 종업원 1인당 생산액과 평균 노동보수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본보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북한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가린 채 일부 기업의 성과만 부각하는 전형적인 체제 선전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이 해마다 선정한다는 10대 최우수기업은 겉으로는 생산성 평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한 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성과는 자유로운 시장 경쟁이나 투명한 회계, 독립적 경영 판단에 의해 검증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생산 목표를 정하고, 당 조직이 기업 운영 전반을 지휘하며, 노동자들은 사실상 선택권 없이 동원되는 구조에서 ‘초과 수행’이라는 말은 순수한 경영 성과라기보다 정치적 충성 경쟁의 결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북한 매체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도 이를 보여준다. ‘새로운 안목’, ‘혁신적인 사업기풍’, ‘생산장성의 고리’라는 말은 경제 분석이라기보다 선전 구호에 가깝다. 정작 중요한 원가 구조, 전력 공급 상황, 원자재 조달 방식, 노동자 임금의 실질 구매력, 생산품의 품질과 시장 수요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북한은 10대 최우수기업 선정 기준 가운데 하나로 “평균 로동보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노동보수는 정상적인 시장경제에서 말하는 임금과 다르다. 국가 배급, 현물 공급, 장마당 물가, 외화 사용 여부에 따라 노동자의 실제 생활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평균 노동보수가 높아졌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노동자 생활 향상을 증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북한 당국은 일부 기업의 제한적 보상 사례를 내세워 전체 노동 현장의 열악한 현실을 덮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생산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식량, 전력, 의료, 주거, 이동의 자유와 같은 기본 생활 조건의 불안정이다. 국가가 기업의 성과를 아무리 선전해도 노동자가 자신의 직장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정당한 임금을 요구하며, 생산 과정에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경제 발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북한 매체는 10대 최우수기업 선정 이후 “기업체들 사이의 경쟁열이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식 경쟁은 자유시장 경쟁이 아니다.
기업이 독립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투자자를 유치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국가 계획과 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체제 안에서의 경쟁이다. 이는 창의와 혁신을 촉진하는 경쟁이라기보다 상부의 평가를 받기 위한 실적 경쟁, 충성 경쟁에 가깝다.
북한이 진정으로 기업 혁신을 말하려면 먼저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생산 목표를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수요와 공급에 맞춰 조정해야 하며, 노동자의 권리와 경영의 투명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체제는 이런 근본 조건을 허용하지 않는다.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나 검덕광업련합기업소와 같은 대형 기업이 북한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시멘트, 광물, 절연물, 섬유 제품은 건설과 산업 운영에 필요한 핵심 품목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성과를 반복적으로 강조한다고 해서 북한 경제 전체의 침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만성적인 전력난, 낙후한 설비, 국제 제재, 폐쇄적 경제 운영, 낮은 생산 효율은 여전히 북한 경제의 근본적 병목이다.
특히 북한은 경제 실패의 원인을 외부 제재나 자연재해로 돌리면서도, 내부의 비효율과 독재적 계획경제 구조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기업 혁신을 말하면서도 사유재산권, 법치, 계약의 자유, 시장 가격, 노동 이동의 자유 같은 현대 경제의 기본 요소는 철저히 배제한다.
이번 보도의 핵심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다. 북한 당국은 10대 최우수기업을 통해 주민들에게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의 지도를 따르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설명하는 보도가 아니라 현실을 가리는 선전이다. 북한 경제의 진짜 문제는 기업 현장의 ‘사업기풍’ 부족이 아니다. 문제는 개인의 자유와 기업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전체주의적 경제 운영 방식이다.
생산 장성의 고리는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노동자의 자유, 기업의 자율, 시장의 기능, 법치와 투명성에서 나온다. 북한이 이를 외면한 채 일부 기업을 ‘최우수’로 포장하는 한, 그 성과는 주민의 삶을 바꾸는 경제 혁신이 아니라 체제를 미화하는 또 하나의 선전물에 머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사업기풍의 혁신”을 말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체제 운영 방식의 혁신이다. 기업이 당의 지시가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고, 노동자가 국가의 동원 대상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경제 주체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생산성 향상은 의미를 갖는다.
10대 최우수기업이라는 이름은 화려하지만, 그 뒤에는 여전히 폐쇄적 계획경제와 정치적 동원 체제가 자리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아무리 성과를 강조해도 주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공한 경제가 아니라 성공한 선전에 불과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