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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무더위 속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강행

2026-05-26 14:55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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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까지 동원한 우상화 선전…“교육이 아니라 충성 경쟁”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조선소년단 창립 80주년을 앞두고 김정은을 향한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를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겉으로는 청소년들의 기념행사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어린 학생들을 최고지도자 개인 숭배와 체제 선전, 계급투쟁 교육에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전형적인 전체주의 행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에게 바치는 각 도 소년단원들의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대렬’이 평양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안남도·평안북도·황해남도 소년단원들은 숙천군과 재령군의 지방공업공장, 신의주온실종합농장 등을 참관했고, 황해북도·자강도·강원도 소년단원들은 건설 현장과 혁명사적지를 찾았다.

함경남북도와 양강도, 라선시 소년단원들도 각종 공장과 혁명전적지, 삼지연시 등을 돌며 선전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행사가 단순한 견학이나 기념활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신천계급교양관을 찾아 “적에 대한 환상은 곧 죽음이며 원수들과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이른바 계급투쟁의 논리를 학습했다. 어린 학생들이 ‘편지 이어달리기’라는 이름 아래 증오 교육과 전쟁 기억, 적대 의식을 주입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북한은 이번 행사를 ‘김정은에게 삼가 드리는 충성의 편지’라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이는 조선소년단이라는 청소년 조직의 창립 기념일을 어린이들의 성장과 교육, 복지의 계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정치 의식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어린이의 기념행사는 학습권과 놀이, 건강한 공동체 경험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령에 대한 충성’과 ‘체제에 대한 복종’을 중심에 놓고 있다.

평양시 소년단원들의 출발모임 역시 같은 성격을 드러냈다. 모임은 창덕학교에서 열렸고,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 김수길과 청년동맹 관계자, 소년단원들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김일성 동상에 꽃바구니와 꽃다발을 바치고 인사를 한 뒤, 김정은에게 보내는 충성의 편지를 전달받았다. 이후 결의토론을 진행하고 평양을 향해 출발했다.

이 장면은 북한 청소년 교육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다. 북한에서 어린이들은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체제 유지의 예비 동원 대상으로 취급된다. 소년단은 이름만 청소년 조직일 뿐, 실제로는 조선노동당과 청년동맹으로 이어지는 충성 교육의 전초 단계다. 어린 나이부터 ‘수령의 은혜’, ‘원수에 대한 증오’, ‘혁명전통 계승’을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만드는 구조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이 경제 현장과 혁명사적지, 계급교양시설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어 청소년들에게 체제 선전의 종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공업공장과 온실농장, 발전소, 제철소 등은 ‘자립’과 ‘자력갱생’의 성과로 선전되고, 혁명전적지와 계급교양관은 김일성 일가의 혁명 신화와 대외 적대 의식을 강화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어린 학생들은 이를 비판적으로 판단할 기회 없이 집단 대열 속에서 따라가야 한다.

북한은 이를 ‘충성의 열기’로 선전하지만,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아동의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치 동원에 가깝다. 어린이에게 특정 정치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이를 집단행사와 결의토론, 선동공연으로 표현하게 만드는 것은 자유로운 교육이 아니라 조직적 세뇌다.

조선소년단 창립 80주년이라는 숫자도 북한 체제의 비극성을 상징한다. 80년 동안 북한 어린이들은 독립적 시민으로 성장하기보다 ‘수령의 아들딸’, ‘혁명의 계승자’, ‘충성의 대오’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한 세대가 아니라 여러 세대의 어린이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정치적 충성 경쟁에 내몰린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김정은 체제의 미래 세대 결속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린이들을 앞세운 충성 행렬은 체제의 자신감이 아니라 불안을 드러낸다. 진정으로 안정된 사회라면 어린이에게 지도자 찬양을 강요하지 않는다. 국가가 건강하다면 아이들은 권력자를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릴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는 청소년 기념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어린이를 정치 선전의 도구로 삼는 전체주의적 의식이며, 미래 세대의 자유로운 사고를 가로막는 체제 유지 장치다.

조선소년단 창립 80주년을 맞아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청소년 교육의 성과가 아니라, 어린이의 마음까지 국가와 수령에게 예속시키려는 낡은 독재의 민낯이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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