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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 공산당의 해외 탄압 활동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이름은 ‘해외 마피아’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 이민자, 반체제 인사, 언론인과 그 가족들이 겪는 감시·검열·협박·괴롭힘 사례를 익명으로 접수해, 중국 공산당의 초국가적 탄압 실태를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북미와 유럽 각국 정부가 베이징 당국의 이른바 ‘초국가적 탄압’에 대해 경고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번 프로젝트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피해 사례를 하나의 책임 추궁 가능한 기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인물은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리잉과 스페인 기반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다. 리잉은 온라인에서 ‘리 선생님은 당신의 선생님이 아닙니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22년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백지 시위’ 당시 각지의 시위 영상과 도움 요청을 해외 중국어권 인터넷에 전달하며 중요한 정보 중계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그는 중국 당국의 표적이 됐다. 리잉에 따르면, 백지 시위 이후 이탈리아 내 중국계 단체와 향우회 관계자들이 중국 대사관의 지시를 받은 듯 자신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방문 위협, 협박, 낙서, 개인정보 노출 등 다양한 방식의 압박이 수년간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의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국에 있는 부모는 공안, 국가안전기관, 지방 관리들로부터 반복적인 방문과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잉의 해외 개인정보는 유출됐고, 은행 계좌는 동결됐으며, 소셜미디어 계정은 장기간 대규모 신고 공격에 시달렸다. 심지어 그의 계정을 팔로우한 네티즌들까지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월 이탈리아 정부가 리잉에 대한 국제적 탄압 작전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중국 시민 8명을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추방한 사건은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리잉은 이 조치가 다른 국가들이 유사한 사례에 대응하는 데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해외 탄압 방식은 매우 은밀하다. 베이징 당국자가 직접 나서기보다, 현지의 유학생 조직, 동향회, 친중 단체, 일부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해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 흔하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가해 구조를 입증하기 어렵고, 현지 수사기관이 이를 단순한 개인 간 분쟁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중국 담당 국장 로라 하스는 중국 공산당이 자국 내 검열과 통제 모델을 해외로 확장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그 대상은 유명 반체제 인사만이 아니다. 일반 유학생, 해외 거주 중국인, 기자, 연구자, 인권활동가, 심지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외국인까지 포함된다.
로라 하스는 해외 중국인들이 사실상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공산당이 선호하는 공식 서사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그에 따른 불이익과 위협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해외 마피아’ 프로젝트가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압박과 공포까지 기록하려는 이유다.
중국 공산당의 해외 통제 문제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중대한 안보 현안으로 떠올랐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2022년 중국이 전 세계 50여 개국에 100개 이상의 ‘해외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며 해외 중국인을 감시하고 괴롭혔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여러 국가가 이른바 ‘중국 해외 경찰서’ 문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에서도 관련 사건이 법정으로 이어졌다. 뉴욕에서 중국의 ‘비밀 경찰 기지’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계 인사가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 법무부는 중국 공안 시스템 관계자들이 허위 소셜미디어 계정을 이용해 미국 내 반체제 인사들을 괴롭히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러한 국제 탄압이 미국에 거주하는 개인의 기본권뿐 아니라 미국의 국가 주권과 민주주의 제도에도 위협이 된다고 규정했다.
독일, 영국,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중국의 해외 탄압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해외 경찰서’라는 표현 자체가 정치적 조작이며 고의적인 비방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피해 사례는 계속 축적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노래를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한 미국인 창작자 역시 중국 측의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베이징의 압박이 중국인 공동체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외국인에게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라 하스 본인도 최근 온라인 공격의 대상이 됐다. 그는 자신을 겨냥한 AI 합성 음란물이 온라인에 유포됐다고 공개하며, 그 배후로 중국 공안 시스템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친중 온라인 선전·공격 네트워크를 지목했다. 그는 “진정으로 병적인 것은 한 국가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대신 이런 공격에 국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외 마피아’ 프로젝트가 출범한 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례가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잉은 반응이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단기 캠페인이 아니라 장기적인 기록 작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한 폭로가 아니다. 피해자들의 침묵을 깨고, 두려움을 증거로 바꾸며, 언론·인권단체·의회·정부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연구 기반을 구축하는 데 있다.
중국 공산당의 초국가적 탄압이 더 이상 개별 사건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자료를 축적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긴 팔’은 국경 밖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그 손길이 은밀하고 분산돼 있어, 피해자들이 홀로 고립되기 쉽다는 점이다. ‘해외 마피아’ 프로젝트는 바로 그 고립을 깨려는 시도다. 침묵 속에 숨겨져 있던 공포를 기록으로 남기고, 기록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단순한 중국 내부 문제나 해외 화교 사회의 갈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국가적 탄압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법치와 주권, 표현의 자유를 직접 겨냥하는 문제다.
베이징의 탄압이 국경을 넘어 확산된다면, 그 피해자는 중국인 반체제 인사만이 아니라 자유사회 전체가 될 수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