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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북한의 ‘관광지 개발’ 선전

2026-05-29 21:43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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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총국의 장밋빛 구상 뒤에 가려진 현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최근 백두산·삼지연·포태지구 등을 중심으로 관광지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국가관광총국 리종혁 부총국장은 대외 선전매체 《내나라》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의 계획적, 통일적 지도” 아래 국내 관광지 개발이 전망성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관광지 개발 구상은 인민의 실질적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체제의 성과를 과시하고 외화벌이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선전성 사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리 부총국장은 북한 국토의 약 80%가 산지이고 동서 양면이 바다와 접해 있어 산악관광과 해안관광 자원이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백두산지구를 “복합형 산악관광지구, 사계절 산악관광지구”로 개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으로 소개하며, 등산·스키·야영·산나물 채취 등 계절별 관광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지연지구에는 지난해 말 현대적인 호텔들이 새로 들어섰고, 포태지구 역시 강설량과 지리적 조건을 활용해 스키장과 관광휴양지로 개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백두산에서 북포태산, 남포태산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관광지구가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문제는 이러한 구상이 북한 주민 다수의 현실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식량난과 지역 간 생활 격차, 열악한 의료·교통·전력 사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관광지 개발은 주민 생활 개선의 우선순위와 거리가 멀다. 관광지에 호텔과 스키장, 휴양시설이 들어선다고 해서 일반 주민들이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 당국은 “인민들의 문화정서생활 영역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시설은 당·군·특권층 또는 제한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 주민에게는 이동의 자유조차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관광’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유로운 시민사회에서의 여가 활동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특히 백두산과 삼지연 일대 개발은 단순한 관광사업을 넘어 김일성·김정일 일가의 혁명서사와 결합된 정치적 상징 공간 조성의 성격이 강하다. 북한은 백두산을 이른바 ‘혁명의 성지’로 포장해 왔고, 삼지연 개발 역시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 치적 사업으로 선전해 왔다.

따라서 관광지 개발이라는 명칭 뒤에는 체제 우상화, 지도자 치적 선전, 주민 동원 체계 강화라는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라는 표현은 북한식 계획경제의 장점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앙 권력이 개발 방향과 자원 배분을 독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민 의견이나 지역사회의 자율성, 환경 영향 평가, 개발 과정의 투명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관광지 개발이 지역 주민의 경제적 권리와 생활 향상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검증도 불가능하다.

포태지구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은 강설량과 자연조건을 내세워 스키장과 관광휴양지를 건설하겠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업에는 대규모 건설 인력과 자재, 전력, 도로망이 필요하다. 그 부담은 결국 주민 동원과 자원 전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는 ‘문화생활 향상’이지만, 실제로는 주민에게 또 하나의 노력 동원과 충성 과제를 부과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관광산업은 정상 국가라면 지역경제 활성화, 민간 일자리 창출, 문화 교류 확대, 환경 보전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관광 개발은 자유로운 시장, 민간 참여, 주민 소득 증대, 외부와의 개방적 교류라는 핵심 요소가 빠져 있다.

관광지가 아무리 화려하게 조성된다 해도 주민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소비하며 혜택을 누릴 수 없다면, 그것은 관광산업이 아니라 체제 전시장의 확장에 불과하다.

북한 당국은 백두산과 삼지연, 포태지구를 연결하는 거대한 관광벨트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스키장과 고급 호텔보다 안정적인 식량 공급, 자유로운 이동,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지역경제의 자율성이다. 주민의 삶을 제쳐 둔 채 외형적 관광지 개발에 치중하는 것은 ‘인민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체제를 위한 개발’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의 관광지 개발 선전은 화려한 자연경관과 현대적 시설을 앞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주민의 자유와 권리가 결여된 체제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다. 관광은 자유로운 사회에서 꽃핀다. 이동의 자유도, 정보의 자유도, 선택의 자유도 없는 곳에서 관광산업의 발전을 말하는 것은 결국 허울 좋은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관광 발전을 원한다면 먼저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이동과 경제활동의 자유를 확대하며, 지역사회가 개발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관광지 개발은 아무리 거창한 구호를 붙여도 인민 생활과 동떨어진 체제 과시용 사업이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렵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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