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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영국 법원이 중국과 홍콩 당국을 위해 영국 내 홍콩 민주인사들을 감시한 혐의를 받은 중·영 이중국적자 2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중국 공산당의 해외 반체제 인사 감시와 압박이 단순한 외교적 논란을 넘어 서방 국가의 주권과 법질서를 위협하는 안보 사안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런던 중앙형사법원은 홍콩계 영국인 위안쑹뱌오, 일명 ‘빌 위안’에게 징역 8년을, 웨이즈량, 일명 ‘피터 웨이’에게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했다.
두 사람은 2023년 12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영국에 거주하는 홍콩 민주화 인사와 반중 성향 활동가들을 감시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기소됐다.
위안쑹뱌오는 런던 주재 홍콩경제무역대표부에서 근무한 인물로 알려졌으며, 웨이즈량은 과거 영국 국경수비대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특히 웨이는 공직상 접근할 수 있었던 영국 내무부 관련 전산 시스템을 부적절하게 이용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조회한 혐의도 함께 인정됐다.
이는 단순한 사적 일탈이 아니라 영국 공공기관 내부 접근권한이 외국 권위주의 정권의 감시 활동에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두 사람이 홍콩 및 중국 당국의 이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영국 내 민주인사들을 추적하고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감시 대상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네이선 로 등 망명 민주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중국과 홍콩 당국의 탄압을 피해 영국에 정착했지만, 영국 땅에서도 감시와 위협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셈이다.
재판을 맡은 바비 치마-그럽 판사는 판결문에서 “영국은 현재 외국 국가 행위자와 그 대리인들의 지속적이고 은밀하며 적응력 높은 개입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의 간첩 활동이 더 이상 군사기밀이나 정부 문서 탈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반체제 인사 감시와 정보수집, 협박 역시 외국 정보 활동의 중요한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영국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은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수많은 홍콩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 사건은 중국과 홍콩 당국의 영향력이 이민자 사회 내부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민주주의와 법치의 보호를 찾아 영국으로 온 사람들이 다시 감시 대상이 되었다면, 이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망명과 자유의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주영 중국대사관은 이번 사건을 “법을 남용한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홍콩 당국 역시 관련 의혹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영국 사법부는 이들의 활동이 외국 정보기관을 돕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국가안보법에 따라 중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중국 공산당의 해외 감시망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탄압은 국경 안에서 주로 이뤄졌지만, 오늘날 중국은 해외 공관, 친중 단체, 상업 네트워크, 유학생 조직, 교민사회 등을 통해 반체제 인사들을 압박한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른바 ‘초국가적 탄압’이 서방 민주주의 국가 내부의 실질적 안보 문제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홍콩 문제의 본질을 다시 환기시킨다. 홍콩의 자유와 자치가 무너진 뒤, 민주인사들은 해외로 흩어졌지만 중국 당국의 감시와 압박은 국경을 넘어 따라붙고 있다. 이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단순히 홍콩 내부의 법률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자유와 인권 문제임을 보여준다.
영국 당국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중국 및 홍콩 관련 기관들의 활동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각국 정부도 자국 내 망명자와 민주인사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전체주의 정권의 해외 감시는 개인의 안전뿐 아니라 주권국가의 법질서, 민주주의 사회의 개방성, 정치적 자유를 동시에 겨냥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중국 정부를 향한 분명한 경고다. 해외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와 민주 활동가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감시와 협박을 동원하는 행위는 더 이상 ‘외교적 갈등’이라는 말로 덮을 수 없다.
자유를 찾아 떠난 이들까지 끝까지 추적하려는 권위주의의 손길을 차단하는 것은 이제 민주주의 국가들의 공동 과제가 되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