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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전국적으로 밭벼 재배면적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노동당 제9차대회 과업을 받들어 알곡생산구조를 바꾸고, 물 부족지와 천수답에 밭벼를 파종하며, 두벌농사의 뒤그루 작물로도 밭벼를 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식량 증산을 위한 농업기술적 대책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북한 농업이 처한 심각한 구조적 한계와 식량난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밭벼 재배 확대를 “알곡생산구조를 바꿀데 대한 당정책 실천”이라고 포장했다. 그러나 밭벼 확대는 단순한 농업 혁신이라기보다 논농사에 필요한 물 관리, 관개시설, 비료, 농기계, 에너지 공급이 정상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실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물이 부족한 논이나 천수답에 밭벼를 심는다는 표현 자체가 이미 북한 농촌의 취약한 농업 기반을 말해준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런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업 생산이 불안정한 근본 원인은 자연조건만이 아니다. 만성적인 비료 부족, 낡은 관개시설, 연료와 전력난, 농기계 부족, 국가 수매 중심의 경직된 농업체계, 농민의 생산 의욕을 떨어뜨리는 통제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왔다.
그럼에도 통신은 모든 문제를 “당정책 관철”이라는 구호로 덮고, 현장의 고통과 실패의 책임을 농업부문 일군들과 근로자들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는 듯한 선전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밭벼는 일정한 조건에서 물 절약형 작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재배면적 확대가 곧바로 식량 증산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토양 조건, 종자 적응성, 병해충 관리, 시비 체계, 기후 변화 대응, 수확 후 관리까지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처럼 농업 자재 공급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단순히 재배면적을 늘리는 방식이 오히려 생산성 저하와 노동력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면적 확대만 강조하는 방식은 과거 북한식 ‘속도전 농업’의 또 다른 반복일 수 있다.
황해남도 등 주요 곡창지대에서 밭벼 재배면적을 늘리겠다는 대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해남도는 북한 식량 생산에서 핵심 지역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자연재해와 물 부족, 농업 인프라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온 지역이다.
이곳에서조차 밭벼 확대가 주요 대책으로 거론된다는 것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여전히 불안정하며, 당국이 기존 논농사 체계만으로는 생산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 큰 문제는 주민의 식량권보다 체제 선전이 앞선다는 점이다. 통신은 농업 현장의 성과를 말할 때마다 “당정책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받고 있는지, 지역별 배급 상황은 어떤지, 농민들이 생산물에 대해 얼마나 자율적 권리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식량 문제는 주민 생존의 문제이지, 당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선전 소재가 아니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밭벼 재배면적 확대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농업 구조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 농민에게 생산 동기를 부여하고, 시장의 역할을 인정하며, 국제사회의 농업기술 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계산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핵·미사일 개발과 체제 선전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면서 주민에게는 자력갱생과 증산투쟁만 요구하는 모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밭벼 재배 확대 선전은 북한 농업의 새로운 돌파구라기보다, 식량난의 구조적 책임을 가리기 위한 또 하나의 정치적 구호에 가깝다. “당정책 실천”이라는 말로 포장한다고 해서 주민의 굶주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식량 문제의 본질은 밭벼 면적이 아니라, 주민보다 체제를 우선하는 북한 권력의 구조에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