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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또다시 6·25를 앞세워 청년학생들을 ‘복수’의 구호 속으로 몰아넣었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이른바 ‘6.25미제반대투쟁의 날’에 즈음한 청년학생들의 복수결의모임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청년동맹 간부들과 청년학생들이 동원된 이 자리에서는 중앙계급교양관 강사의 발언, 청년중앙예술선전대의 노래, 참가자들의 토론과 구호 제창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모임의 본질은 ‘역사 교육’이 아니라 ‘증오 동원’이었다. 북한 매체는 6·25전쟁을 “미제가 일으킨 침략전쟁”이라고 주장하며, 청년들에게 미국에 대한 복수심과 “총대로 결산해야 한다”는 대결 의식을 주입했다.
전쟁의 참상에서 평화를 배워야 할 청년들에게, 정작 북한 정권은 또 다른 전쟁의 언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6·25전쟁의 책임을 정면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일으킨 것은 북한군의 남침이었다. 수많은 민간인이 죽고, 국토가 폐허가 되었으며, 수백만 명의 이산가족과 전쟁 피해자가 발생한 비극의 출발점은 김일성 정권의 무력 남침이었다.
그런데도 북한은 70년이 넘도록 전쟁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주민들에게 ‘미제의 침략’이라는 일방적 서사를 반복 주입해 왔다.
이번 청년학생 복수결의모임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행사장에 모인 청년들은 자유롭게 역사를 토론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체제가 정해놓은 문장과 구호를 따라 외쳤고, 국가가 요구하는 분노를 자기 감정처럼 표현하도록 강요받았다.
북한 정권은 청년을 미래의 주체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체제 보위를 위한 선전대와 동원 병력으로 취급하고 있다.
특히 “복수”, “멸적”, “총대”, “원쑤격멸”과 같은 표현은 북한 사회가 청년세대에게 어떤 세계관을 주입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전쟁기념일을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한 평화와 책임의 교훈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전쟁의 비극을 체제 선전의 연료로 삼고, 청년들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조직한다.
더욱 모순적인 것은 북한이 “나라와 인민의 운명을 지키기 위해 강위력한 군사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그 군사력 강화의 대가를 인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과 미사일, 군사 동원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 동안 주민들은 식량난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복수 결의가 아니라 교육, 일자리, 자유로운 사고, 인간다운 삶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청년의 꿈을 묻지 않는다. 대신 적개심을 주입하고 충성을 요구한다.
전쟁의 상처를 가장 깊이 감당해야 했던 이들은 언제나 평범한 국민이었다. 6·25전쟁은 국군 전사자와 실종자,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 민간인 희생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남겼다.
특히 북한에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들과 그 가족들의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전쟁과 분단의 책임을 성찰하기는커녕, 청년들에게 또 다른 적개심을 강요하고 있다.
북한이 정말 청년을 위한다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복수결의모임이 아니라 진실한 역사 교육을 해야 한다. 미국과 대한민국을 향한 증오 선동이 아니라, 전쟁이 왜 일어났고 누가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었는지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총대와 구호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6·25는 북한 정권이 마음대로 덧칠할 수 있는 선전물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희생자의 피와 눈물로 남은 역사적 비극이다. 그 비극을 또다시 체제 결속과 청년 동원의 도구로 삼는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모독이며, 미래세대에 대한 폭력이다.
북한 청년들이 외쳐야 할 것은 “복수”가 아니다. 그들이 마땅히 요구해야 할 것은 진실이다. 전쟁 책임을 감춘 정권, 자유를 빼앗은 체제, 청년의 미래를 증오와 군사주의 속에 가두는 권력에 대한 진실 말이다.
6·25를 맞아 북한 정권이 해야 할 일은 청년학생들을 광장으로 불러내 구호를 외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진실 앞에 서는 일,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 주민들에게 거짓 선전 대신 자유와 인권을 돌려주는 일이다.
청년을 복수의 도구로 삼는 체제는 결코 미래를 말할 자격이 없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