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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은 의학연구원 의학생물학연구소에서 “조선사람의 체질에 맞는 고혈압치료약물”을 개발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보도는 세계적 의학과학기술성과에 토대하여, 매일 복용하지 않아도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약물 개발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임상자료, 안전성 검증, 부작용 평가, 생산·공급 계획은 빠져 있었다.
고혈압은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신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표적 만성질환이다. 치료약 개발이 사실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의학은 구호로 증명되지 않는다.
“우리 식”, “우리 체질”, “우리 실정”이라는 정치적 표현만으로 약효와 안전성을 대신할 수 없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선전 문구가 아니라 투명한 시험 결과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검증된 약이다.
특히 “매일 사용하지 않아도 혈압을 안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은 더욱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고혈압 치료에서 복약 부담을 줄이는 장기지속형 약물이나 복합제 연구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투여 간격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체내 작용 지속 시간, 용량 조절, 부작용 발생 시 대응, 장기 안전성 검토가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 매체는 이런 핵심 정보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조선사람의 체질에 맞는다”는 표현도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 특정 인구집단의 유전적·생리적 특성을 고려한 의학 연구 자체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과학적 표본, 비교군, 통계, 임상시험, 학술 검증을 통해 입증되어야 한다.
북한식 표현처럼 민족적 특수성을 앞세우는 방식은 과학이라기보다 체제 선전의 언어에 가깝다. 환자의 몸은 정치 구호의 실험장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북한 보건의료 체계의 현실이다.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약 하나를 개발했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정기적인 혈압 측정, 정확한 진단, 꾸준한 복약, 식생활 개선, 금연, 합병증 관리, 응급 대응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안정적인 진료와 의약품 공급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크다. 병원과 진료소가 존재한다고 해서 치료 접근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 당국은 의학 성과를 말하기 전에 주민들이 필요한 약을 제때 구할 수 있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혈압계를 제대로 갖춘 1차 의료기관은 충분한가. 약품 품질관리는 국제 기준에 맞는가. 임상시험은 윤리적으로 진행되었는가. 부작용 피해가 발생했을 때 환자는 보호받을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 없이 “새로운 약물 개발”만 강조하는 보도는 과학 보도가 아니라 선전 보도에 머문다.
의약품 개발은 국가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폐쇄사회에서 검증되지 않은 의학 성과를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만성질환자는 매일의 치료가 생명과 직결된다. 불투명한 체제에서 발표되는 “성과”가 실제 환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의학의 진보가 아니라 주민 고통을 가리는 포장지일 뿐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주민 건강을 걱정한다면 연구소의 성과를 과장할 것이 아니라, 임상자료를 공개하고 국제적 검증을 받아야 한다. 또한 고혈압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진단받고, 검증된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며,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보건의료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의학은 체제의 선전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선사람의 체질”이라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다. 북한 당국이 내세워야 할 것은 구호가 아니라 투명성, 검증, 공급, 그리고 환자의 권리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