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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천지개벽”을 말하기 전에 탄광의 현실부터 보라

2026-07-02 11:25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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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탄광마을 현대화 선전, 탄부의 희생을 ‘낙관’으로 포장하는 체제의 민낯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노동신문은 전국 탄광마을을 현대적으로 개변하겠다는 조선로동당 전원회의 결정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탄광마을이 천지개벽될 그날이 환히 보인다”는 구호 아래, 각지 탄전 근로자들이 신심과 낙관에 넘쳐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보도는 탄광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실질적 정책 발표라기보다, 여전히 주민의 고통을 체제 선전에 동원하는 북한식 선전 문법의 반복에 가깝다.

보도에 따르면 강동탄광 혁신갱의 탄부들은 아직 착공식도 열리지 않았고, 새 살림집 조감도조차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앞으로 일떠설 멋쟁이 새 살림집”을 생각하며 더 많은 석탄을 캐고 있다고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 체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실체가 없는 약속만으로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생산을 요구하고, 그 희생을 자발적 열의와 충성심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탄광마을 현대화가 진정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면 먼저 공개되어야 할 것은 구호가 아니라 계획이다. 어느 지역에, 어느 규모로, 어떤 재원과 자재를 투입해, 언제까지 주택과 생활시설을 개선할 것인지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매체의 보도에는 구체적 예산도, 공사 일정도, 안전 대책도, 노동조건 개선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당의 결정에 감격한 탄부들이 생산 실적을 높이고 있다는 선전만 반복된다.

특히 탄광 노동은 높은 위험과 과중한 육체노동을 동반하는 분야다. 탄부들에게 절실한 것은 단순히 새 살림집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갱도 안전, 장비 현대화, 산업재해 예방, 의료 지원, 식량과 임금의 안정적 보장이다.

그러나 북한식 보도는 노동자의 권리나 안전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더 많은 석탄을 캐고 떳떳하게 들어서야 한다”는 식의 표현으로, 주택 개선의 기대마저 더 많은 노동을 강요하는 명분으로 바꾸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북한 당국이 주민 생활 개선을 마치 최고지도부의 시혜처럼 선전한다는 점이다. 탄광마을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기본 책무다. 오랜 기간 석탄 생산을 떠받쳐온 탄부들이 인간다운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은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를 “당정책은 반드시 현실로 된다”는 정치적 충성의 사례로 포장하고 있다.

이번 보도는 북한 경제의 구조적 모순도 보여준다. 에너지 부족과 산업 침체 속에서 탄광 노동자들은 여전히 체제 유지의 최전선에 내몰리고 있다. 현대화라는 말은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생산, 더 큰 충성, 더 깊은 희생이 요구된다. 주민의 생활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조차 노동 동원의 구호로 전락하는 현실이야말로 북한 체제의 비극이다.

북한 당국이 진정 탄광마을을 “천지개벽”시키고자 한다면 선전 문구부터 멈춰야 한다. 탄부들의 노동환경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전사고 실태와 주거 실태를 조사하며, 주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생활 기반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탄광 노동자들을 체제 선전의 배경으로 삼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살림집을 앞세워 탄부들에게 더 많은 석탄 생산을 요구하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착취의 다른 이름이다. 북한 매체가 말하는 “신심과 낙관” 뒤에는 더 나은 삶을 기다리며 묵묵히 위험한 갱도로 들어가야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있다.

탄광마을의 진정한 천지개벽은 당의 구호가 아니라 주민의 권리와 안전, 인간다운 삶이 보장될 때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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